【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동덕여자대학교가 학생 의견 수렴 없이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하면서 촉발된 총학생회 ‘나란’(이하 총학)과 학교 측과의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총학 측은 교내 본관을 점거하고 학교 측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3일 동덕여대가 교무처장인 이민주 비상대책위원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총학을 비롯해 시위를 주동한 학생들에게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일말의 반성과 책임감 없는 총학생회의 태도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무엇을 사과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학 발전을 위한 논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대학의 장래와 구성원의 미래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이 위원장은 “이번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수십억에 이르는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피해, 대학 위상 추락, 시위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취업상의 불이익 등을 예로 들었다.
앞서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학생 의견 수렴 없이 이뤄진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교내 래커칠, 점거 농성 등 시위를 전개했다. 학교 측은 이로 인해 약 24억~5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반대 의사를 폭력으로 행사한 당사자가 오히려 대학에 사과를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대학은 총학생회를 비롯한 주동 학생들에게 그 책임을 엄격히 묻겠다. 점거가 길어질수록 책임은 무거워진다”고 강조했다.
총학은 전날 본관 점거 철거에 대한 조건으로 대학에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점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그 밖에도 ▲밀실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차기 총학생회와 논의 ▲수업 거부에 대한 출결 정상화 등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본관 점거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동덕여대와 총학은 지난달 25일 진행된 3차 면담이 결렬된 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총학은 대학 측에 일주일간 지속적으로 면담을 요청했으나 대학 측에서 면담을 거절하고 무응답을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덕여대 총학 소속 A국장은 지난달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학내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학생들이 하는 폭력시위 등의 자극적인 내용만 보도된다”며 “학생들이 싸우는 이유, 본질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시기 남녀공학 전환 이슈가 있었던 성신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B씨는 “학령인구 감소로 남녀공학에 비해 여대가 재정적으로 힘들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여대는 여성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재정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녀공학 전환이 아닌 다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동덕여대는 대학 측이 공학 전환 논의를 중단하고 학생 측이 강의실 점거를 해제함에 따라 지난 25일부터 대면 강의를 재개했다. 그러나 총학생회와 단과대 대표들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는 대학 측에 ‘공학 전환 논의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지난달 30일 대학 측은 총장 명의로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과 성명불상자 21명을 공동재물손괴·공동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 중 19명에 대해서는 경찰이 인적 사항을 특정해 공동재물손괴 혐의 등을 수사 중이다.
다만 동덕여대는 교내 래커칠에 참여한 학생들을 특정하기 위해 CCTV 영상을 분석한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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