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보다 개인이익 앞세워…부적절한 권력 사용" 지적 이어져
뒤늦은 후보 사퇴 따른 대선 패배 책임론 이어 당내 비판 고조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 종료를 목전에 두고 차남 헌터 바이든을 전격 사면한 이후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고집하다가 때를 놓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도왔다는 불만이 팽배하던 민주당 내에서 사면을 계기로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대선 패배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주가가 하한선에 근접한 시기에 사면이 이뤄졌다며 "당내 비판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도 재선 도전을 고집한 것과 아들을 사면한 것이 그의 오만과 이기심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마이클 베닛(콜로라도) 상원의원은 "아무리 아들에 대한 사랑이 무조건적이라 해도 나라에 대한 책임보다 개인적인 이익을 우선시한 사례로 보인다"며 "나아가 사법 시스템이 모두에게 공정하고 평등하다는 미국인들의 믿음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제이슨 크로(콜로라도) 하원의원도 "아들 사면은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 실망스럽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이 일로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이야기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바이든 대통령 가족이 겪은 비극을 생각한다면 아들을 지키고자 무엇이든 하겠다는 아버지로서의 본능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인으로서, 수개월간의 공언을 뒤집은 이번 결정이 사법 시스템에 대한 냉소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NYT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시대의 혼란을 끝내고 세계 속에서 미국의 입지를 재확립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 상상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동료 당원으로부터도 비판받고 있다"며 "그가 후대에 어떻게 기억될지 예상할 수 없지만 구상해 왔던 유산을 남기는 데에 지난 몇 주간의 일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당선인이 2020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로 유죄를 선고받은 지지자들의 사면과 정적들에 대한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민주당 내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 중도성향 싱크탱크의 짐 케슬러 부대표는 이런 트럼프 당선인의 움직임에 민주당이 대응하려 할 때 바이든의 아들 사면이 "메시지를 흐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게리 피터스(미시간) 상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바이든의 아들 사면이 "권력의 부적절한 사용"이라며 "정부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고, 다른 이들이 자신의 이익에 맞춰 정의를 왜곡시키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WSJ는 "아들 사면이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를 규정하는 일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의 대중적 이미지를 탈색시킨 지난 2년의 임기에 씁쓸함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바이든 정부 법무부에서 일했던 앤서니 콜리는 NYT에 "트럼프 당선인은 법무부를 무기로 쓰기 위한 인선을 하고 있다"며 "어떤 아버지가 하나뿐인 아들을 정당화될 수 없는 정치적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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