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독립영화의 오늘을 알려온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1백 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그중 장편 10편, 단편 10편을 만든 스무 명의 감독에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연과 추억을 물었다. 50년의 시간을 생생히 목격하고 함께해온 20인의 목소리. 그 안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과 서울독립영화제를 향한 응원이 분명히 담겨 있다.
김미영 감독 <절해고도>
서독제와의 인연 2021년 겨울, 서독제에서 <절해고도>를 상영했다. ‘거리 두기 상영’을 시행하던 전년도에 비해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왔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서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큰 관심과 질문이 참 고마웠다. <절해고도> 이전에 촬영한 작품을 기억해준 관객도 두 분 있었는데, 과거의 시간이 지금까지 이어진 듯해 온갖 상념이 들기도 했다. <절해고도> 배우들의 소중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더더욱 기쁜 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순간 2016년 서독제에서 영화를 아주 많이 봤는데, 어느 순간 ‘서독제는 내가 살아가는 이 땅의 지난 1년을 일거에 돌아보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무엇을 염려하고 슬퍼했는지, 무엇에 무관심했는지, 한국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독창적이면서도 엄정한 시선으로 보여준다고 느꼈다. 현실과 맞닿은 상태에서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립영화를 언제까지나 마음에 소중히 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서독제란 그해의 매우 중요한 한국영화들을 볼 수 있는, 한국영화의 미래가 있는 곳. 이 사회의 사람들이 어떤 희망과 꿈을 품고 살아가는지 알게 하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자리. 우리가 영화를 매개로 연결되고 세상과 만나는 순간에 늘 함께해온 ‘만남의 장소’.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서독제가 없었다면 이토록 많은 사람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었을까? 서독제는 한국 영화계의 신진 인력과 새로운 경향의 영화가 탄생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이란희 감독의 <휴가>와 정재훈 감독의 <트랜스-컨티넨탈-레일웨이>처럼 서로 다른 지향점을 지닌 영화들이 한 해에 동시 선정되었을 때, 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수용하는 영화제가 또 있을까 싶었다. 이러한 서독제가 지속되기를 관객의 한 명으로서 지지하고 염원한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서독제를 완성하는 건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이다. 올해도 극장에 모여 앉아 서독제의 50주년을 함께 축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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