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독립영화의 오늘을 알려온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1백 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그중 장편 10편, 단편 10편을 만든 스무 명의 감독에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연과 추억을 물었다. 50년의 시간을 생생히 목격하고 함께해온 20인의 목소리. 그 안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과 서울독립영화제를 향한 응원이 분명히 담겨 있다.
임대형 감독 <만일의 세계>
서독제와의 인연 <만일의 세계>는 학생 시절, 사비를 들이고 친구 몇 명의 도움을 받아 찍은 초저예산 단편영화다. 여러모로 부족한 영화라고 생각해 영화제에서 상영하거나 상을 받으리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만일의 세계>를 상영한 것을 넘어 우수 작품상까지 받아 매우 놀랐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내일이 없는 듯 하루하루 연명하듯 살았는데 (웃음), 그 수상 소식이 내게 큰 영향을 줬다. 언젠가 영화를 그만두더라도 장편영화 한 편은 찍어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기억에 남는 순간 2016년 첫 장편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상영을 마친 뒤, 압구정 CGV 상영관 계단에 앉아 폐막식을 지켜보던 순간이 떠오른다. 객석을 가득 메운 영화인들을 천천히 둘러봤는데, 모두 환한 얼굴로 수상한 감독님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임에도 친밀감과 동료애를 느꼈다. 밖은 추운데 안은 따뜻한 연말이란 이런 시간이 아닐까 싶었고.
나에게 서독제란 영화를 계속해야겠다는 만용을 품게 해준 은인 같은 영화제. 그래서 더 고향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영화인에게는 연말 메이트 같은 존재일 것이다. 한 해 동안 각종 영화제에서 소개된 독립영화를 한자리에 모아 그해의 사회상과 독립영화의 경향을 보여주는 축제니까.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한국 영화계와 서독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창작자가 이곳을 거쳐갔다. 어느덧 50주년을 맞은 서독제가 앞으로도 만수무강하길 바랄 뿐이다. 올해도, 내년에도 또 만날 수 있길. 요즘 유난히 혹독한 풍파가 몰아치고 있는데 꿋꿋이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