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출범 27주년을 맞은 여자프로농구에 현역 최고령 선수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2일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부천 하나은행과 용인 삼성생명 정규리그가 열린 부천체육관은 경기 시작 25초 후 잠시 경기가 멈췄다. 하나은행의 베테랑 김정은(37)이 2점 슛을 성공한 직후였다. 그는 이 득점으로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인 8141득점을 새롭게 썼다. 김정은은 경기 전까지 8139득점으로 해당 기록 보유자였던 정선민 전 여자 대표팀 감독의 8140득점에 이은 2위였다. 김정은은 삼성생명전서 총 8득점을 추가해 8147득점을 올렸다. 그의 추가 득점은 모두 신기록이 된다.
2006년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부천 신세계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 김정은은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그는 2017-2018시즌 아산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첫 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처음으로 우승 반지를 꼈다. 이후 2023-2024시즌을 앞두고 친정팀인 하나은행에 복귀하며 19년째 코트를 누비고 있다.
김정은은 프로 생활을 하면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 및 MVP 수상 1회, 득점상 4회 수상 등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고질적인 발목과 무릎 부상은 그를 은퇴 위기로 몰았다. 삼성생명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김정은은 “농구를 잘했던 선수는 아니지만 우여곡절을 잘 버텼다. 팀 해체도 겪고, 하나은행에서 쫓겨나듯이 떠나도 봤다. 부상에 울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사기극을 겪은 적도 있었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좋았던 순간보다 괴로운 순간이 많았다.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농구 때문에 괴로웠지만 농구를 사랑했다”고 돌아봤다.
김정은은 최다 득점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7000득점에서 8000득점까지 오는 과정을 꼽았다. 그는 “당시 기록은 영혼까지 쥐어짜서 달성한 것 같다. 부상이 많아 은퇴까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병원에서도 선수 생활을 그만하라고 했을 만큼 좌절도 많았다.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그의 10년 전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 MVP 수상, 1만 득점이다. 이 중 두 가지는 이미 이뤘고, 1만 득점이 유일하게 남은 목표다. 김정은은 “이제는 무리다. 당시 세 가지 목표를 적어둔 메모가 있었는데, 매번 패배하면서 느낀 고뇌가 전부 담겨 있었다. 목표 중 두 개는 이뤘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역대 최초 1만 득점 기록인데, 가지 않아도 괜찮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며 웃었다.
새로운 기록을 쓴 날, 하나은행은 삼성생명에 48-67로 패했다. 김정은은 “후배 선수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임했으면 좋겠다. 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바랐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