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 당시 인기를 끌던 위스키가 계속되는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며 침체기를 맞았다. 위기감을 느낀 위스키업계는 가격을 내리는가 하면 젊은 소비층을 사로잡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이달 1일부로 발렌타인·로얄살루트·일부 한정판 제품 등 주력 위스키 상품 출고가를 최대 13% 인하했다. 가격 인하 제품은 발렌타인 10년, 17년, 21년 및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 21년 몰트, 21년 그레인, 그리고 일부 리미티드 제품이다. 프로모션 할인도 최고 18%까지 적용했다.
이번 가격 인하는 업황이 둔화되면서 위스키 소비가 줄어들자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극도의 활황을 누렸던 국내 위스키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사와의 상생 및 소비자 혜택 강화를 위해 자사 주요 위스키 제품의 가격 및 프로모션 정책을 개편한다"라고 밝혔다.
또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와인 기업 소버린과 협업한 스카치 위스키 '더 디콘'을 국내에 정식 출시하기도 했다. 비교적 합리적 가격대 내세우며 젊은층 공략에 나선 것이다. 미겔 파스칼 페르노리카코리아 마케팅 전무는 “최근 몇 달 동안은 위스키 카테고리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을 찾기 시작한다”라며 “한국 시장에서도 디콘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골든블루 역시 젊은층 공략을 위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 10월 출시한 '골든블루 쿼츠'는 700㎖ 용량 제품으로 2만원 중반대의 가격이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이볼 등 위스키를 음용하는 방식이 다양화되고 가정에서 위스키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2030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가정용 3세대 위스키 ‘골든블루 쿼츠’를 선보였다”라고 말했다. 브랜드 모델 역시 트렌디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 장기용을 선정하기도 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선보인 자사의 럭셔리 데킬라 브랜드 '돈 훌리오'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위스키 소비량은 줄어들지만 데킬라 소비량은 늘어난 데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말에는 창립자 돈 훌리오 곤잘레스의 유산으로 여겨지는최고급 데킬라 ‘돈 훌리오 울티마 리제르바’를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위스키 수입량은 쪼그라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위스키류 수입액은 1억4317만달러(약 1890억원)로 전년 대비 10.2%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위스키 시장이 다시 부흥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당시 유행했던 위스키는 최근 지속되는 경기 불황 장기화로 관심이 하락하고 구매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MZ 유입이 위스키 시장 확대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최근 유행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으며, 싱글몰트 인기도 감소하는 등 위스키 시장의 회복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저가 가성비 위스키가 조금 올랐지만 하이볼 인기에 편승한 정도다. 지속적인 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와 헬시 프레져, 소버 큐리어스 등 주류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위스키의 인기가 하락한 이유를 밝혔다.
또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를 겪은 뒤 위스키에 대한 열망은 글로벌 마켓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며 원주의 품귀가 결국엔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세계적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하이볼 등의 또 다른 대체재로 넘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를 전후해 뜨거워진 위스키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라며 “유행은 돌고 돌듯 지금 꺾인 듯 보이는 위스키 시장도 안정화 후 다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