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제 음악을 들었을 때 아름다운 빛이 느껴지면 참 행복할 것 같아요.”
가장 순수한 몰입으로 완성한 올리비아의 첫 음악을 듣던 날.
첫 화보예요. 집에서 연습을 엄청 해왔다고요?
아하하. 사진을 찍을 때마다 얼굴이 잔뜩 굳어 있는 것 같아서 그걸 좀 고치고 싶었어요. 동생 다니(다니엘)가 화보를 많이 찍어서 집에 잡지가 쌓여 있거든요. 그걸 참고 삼아 계속 봤어요.
연습한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요. 특히 해사하게 웃는 표정이 자연스럽고 예뻤어요.
아유,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하하. 그런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긴 했어요.
처음 해보는 것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데뷔한 날은 어떤 에너지를 얻었어요? 첫 앨범 <42>가 나온 날이자, 음악 페스티벌 SXSW 시드니에서 데뷔 무대를 치른 날이요.
오 마이 갓! 여러 감정이 뒤섞인 날이었어요. 우선 제가 태어난 곳인 시드니에서 데뷔 무대를 펼칠 수 있어서 더 특별하고 행복했어요. 그날 무척 긴장되면서 동시에 기대되기도 했어요. 객석에 아빠가 있으면 더 떨릴 것 같아서 오지 말라고 했는데, 몰래 와서 지켜보고 있었던 거예요. 무대 마치고 아빠를 보자마자 좀 울었어요.(웃음)
‘42’는 주소의 일부인가요? 가사나 뮤직비디오를 보니, 호주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올리비아가 담긴 음악인 것 같던데요.
맞아요. 호주 뉴캐슬에 레이크 매쿼리라는 지역이 있거든요. 큰 호수가 있는 되게 평화로운 곳이에요.
그곳에서 보낸 시절을 회상하면 어떤 장면들이 떠올라요?
그때를 생각하면 트램펄린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마당에 트램펄린이 있었는데, 거기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밤에는 동생과 누워서 별을 보면서 얘기도 하고, 또 비 올 때 점프하면 진짜 신나거든요. 집 마당이 언덕이라 여기저기 옮겨놓고 놀기도 했어요. 제일 높은 곳에 두면 점프하면서 집 안이 훤히 보였어요. 엄마가 무슨 요리를 하는지 보다가 다 됐다 싶으면 동생이랑 후다닥 뛰어들어가는 거죠.(웃음) 지금도 그렇지만, 어린 시절은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대부분이었어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장면이 그려지는 듯해요.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어린 시절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음악은 내 이야기니까 나의 한 시절을 그대로 담는 게 좋겠다 싶었거든요. 찾아보니 엄마 아빠가 찍어둔 영상이 아주 많더라고요.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편집하기엔 아쉬울 정도로요. 쓸 장면을 추리는 데 10시간도 넘게 걸렸는데,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보는 분들도 같은 마음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42’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한 곡인가요? 작곡부터 작사, 노래까지 모두 직접 했어요.
대학교에서 인터랙티브 콤퍼지션을 배우고, 한국에 와서 송 캠프(여러 아티스트가 모여 함께 곡을 만드는 집단 창작 방식의 일환)에 참여해 곡을 만들었어요. 그 과정을 거쳐 작곡가, 작사가로 먼저 데뷔하게 되었고요. 그렇게 송 캠프에서 계속 곡을 만들던 중에 이 사운드는 나의 스토리랑 잘 맞겠다 싶은 곡을 만난 거예요. 그래서 데모 작업을 할 때 제 이야기를 가사로 써서 녹음했어요. 그땐 제 곡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죠. 어떤 가수가 불러줄까 상상하면서 만들었는데, 이후에 운이 좋게도 가수로서 제안을 받았고, 그 곡을 제가 직접 부르고 싶다는 용기를 내게 됐어요. 그렇게 제게 온 곡이 ‘42’예요.
첫 음악 ‘42’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마음은 무엇인가요?
저라는 사람을 처음으로 드러내는 곡이니까, 제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와 더불어 음악 안에 치유와 희망을 담고자 했어요. 누구나 이 곡을 듣는 그 짧은 시간만큼은 마음이 평온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불렀어요.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가를 꿈꿨다고 들었어요.
기억에 남아 있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늘 음악과 함께해온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선 음악을 듣는 게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거든요. 그리고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 가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꿈이 진짜 이뤄질 거라고는 믿지 않았지만요.(웃음)
음악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던 거예요?
영화나 뮤지컬을 볼 때면 음악이 작품 속 감정을 더 증폭시켜주잖아요. 그런 점이 너무 멋지지 않나 싶어요. 슬픔, 기쁨, 설렘 등 살면서 겪는 여러 감정을 더 생생하게 만들어주는 게 음악의 힘인 것 같아요. 또 사람들 고유의 개성을 음악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어요. 아빠가 메탈리카의 골수팬이에요. 아빠는 늘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에 엄청나게 다층적인 감정이 담겨 있다고 말해요. 곁에서 보면서 이 음악이 아빠의 정체성 중 일부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 역시 제 정체성을 제가 사랑하는 음악, 제가 만드는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거고요.
그럼 지금의 올리비아는 어떤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나요?
아주 많아요. 옛날에는 존 덴버(John Denver)와 아바(ABBA)가 저의 음악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뮤지션이었어요. 지금은 나사야(NASAYA)나 이모셔널 오렌지(Emotional Oranges)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요. 테임 임팔라(Tame Impala)도 빼놓을 수 없어요! 여기에 앞으로는 제 음악을 하나씩 쌓아가야겠죠.
음악을 들을 때, 만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좋은 음악엔 이런 게 꼭 담겨 있다 하는 것이요.
감정이요. 완성도 높은 사운드, 정교하고 완벽한 보컬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떤 음악에 마음이 이끌리기 위해선 그 음악가의 감정이 담겨 있어야 한다 생각해요. 그게 리스너에게 잘 전달되어야 하고요. 그래서 제 음악을 녹음할 때도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썼어요.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제 목소리로 표현해야 하는데, 계속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재녹음을 아주 여러 번 했어요. 라이브를 하면서도 감정에 몰입하려고 애쓰고요. 이런 관점은 엄마를 닮았어요. 엄마가 제 음악에 대해 가장 냉철하게 평가해주는 분인데, 늘 감정을 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시거든요.
앞으로 올리비아의 음악에 담아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순수한 아름다움(Pure Beauty)이요. 음악을 만들 때마다 항상 하는 생각이 있어요. 음악만큼 내가 순수하게 몰두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거든요. 그 정도로 저는 음악이 완성되는 과정을 즐기고 사랑해요. 그리고 그렇게 만든 제 음악에 어떤 형태든 아름다움이 담기길 바라요.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제 음악을 들었을 때 아름다운 빛이 느껴지면 참 행복할 것 같아요.
이로써 오늘의 촬영과 인터뷰가 모두 끝났어요. 오늘 남은 일정이 있나요?
작업실이 집에 있어요. 밥을 먹고 아마 또 작업하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은 작업을 많이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층간 소음 때문에 늦게까지 작업하지는 못해요.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엄마가 “소리 줄여” 하면서 주의를 주시거든요.(웃음)
마지막으로 작업실 풍경을 설명해줄 수 있어요? 좀 전에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전해준 것처럼요. 그 풍경이 올리비아의 음악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음… 일단 어두워요. 실은 그 때문에 엄마한테 혼날 때도 있어요. 식물이 죽는다고요.(웃음) 아무튼 커튼을 다 친 다음 작은 조명들을 켜놔요. 테디 베어 모양, 별 모양 조명을 켜면 작고 귀여운 소품들이 조르르 놓여 있어요. 그 옆에 얼마 전에 선물 받은 네스프레소 머신이 있고요. 에스프레소와 아몬드 브리즈를 섞어 라테를 만들어둔 다음 작업할 때 안고 있을 쿠션을 골라요. 쿠션도 꽤 많거든요. 다니랑 같이 작업할 때도 많은데 다니는 주로 소파에 앉고, 저는 의자에 앉아 감자 모양 쿠션을 안은 채 작업해요. 그러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해요. 요즘 제일 많이 듣는 건 나사야의 ‘Patterns’예요. 물론 곧 나올 제 새 음악 ‘Heaven’도 많이 듣는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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