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로 5대 은행장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연임보다는 변화에 무게를 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깜짝 인사를,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문제로 세대교체를 택했다.
농협은행도 연임보다는 교체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최종 후보 발표는 미정이나 사실상 우리은행 조병규 행장과 유사하게 내부통제 문제로 잡음이 있었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현 정상혁 행장과 이승열 행장은 모두 연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민은행처럼 내부통제 문제없이도 이변이 나올 수 있으나 양호한 성적표가 뒷받침되고 있어서다.
행장 교체 나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KB금융은 지난달 27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현 KB라이프생명보험 이환주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지난 2022년에 취임해 한차례 연임까지 한 이재근 행장의 뒤를 이을 후임자를 선정한 셈이다.
대추위 후보 추천 이유에 대해 계추위는 “내실 있는 성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자본·비용효율성 중심의 체질개선을 통해 일관된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견인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장 교체를 이례적으로 봤다. 이 행장이 이끈 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KB뱅크(구 KB부코핀은행) 등 복병에도 안정적인 내부통제 시스템과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돼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행장 교체가 확정됐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을 비롯해 4건의 금융사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아온 조병규 행장의 교체는 사실상 예견된 결과다. 조 행장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 “조직쇄신을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라는 의사를 전했다.
이후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현 중소기업그룹 정진완 부행장을 추천했다. 조직쇄신과 세대교체에 주안점을 두면서다.
행장 교체로 무게 기운 NH농협은행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사실상 교체 수순을 밟게 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은행과 같이 내부통제 문제가 연임에 발목을 잡은 셈이다. 올해 적발된 금융사고만 7건이며 알려진 사고액만 450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내놓은 범농협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도 행장 교체에 힘을 싣고 있다. 관련 내용에는 사고 발생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직권정지, 중대 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대표이사 연임 제한 등이 포함돼 있다.
농협금융도 지난달 책무구조도 제출 이후 이사회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계열사 인사에 영향력이 있는 중앙회와 지주 모두 금융사고를 막겠다는 의지가 큰 상황이다.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군은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임추위에서 10명 내외의 롱리스트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중 3인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농협캐피탈 강태영 부사장과 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최영식 부행장, 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강신노 부행장 등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연임 청신호
5대 은행장 모두가 교체되지는 않을 거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한은행의 정상혁 행장과 하나은행의 이승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내부통제 문제가 없었던 데다 지난 임기 동안 호실적을 이끌어왔다는 이유에서다.
정 행장은 신한은행을 리딩뱅크로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지난해 정 행장 취임 후 신한은행의 당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국민은행과 같은 9315억원으로 하나은행에 이어 공동 2위였지만 1년 반가량 지난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1028억원으로 1위였다.
하나은행 이 행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높다. 이 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하나은행을 리딩뱅크로 이끈데 이어 올해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어서다. 취임해인 지난해 말 하나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가장 앞섰다.
올 3분기 하나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08억원으로 국민은행(2조6179억원)을 앞섰다. 이밖에도 하나은행은 신탁, 펀드 및 연금 등 자산관리 시장에서 명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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