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절찬리에 종영된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에서 통통 튀는 '핫걸'의 모습을 맛깔나게 살리며 호평을 얻은 배우 이세희(32)의 범접 불가 가문 내력이 화제다.
최근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세희의 비범한 혈통을 조명하는 글이 올라왔다.
찐팬들 정도만 알 터이지만 이세희는 흔한 전주 이씨나 경주 이씨가 아니다. 그의 본관은 이씨 중에서 극소수인 화산(花山)이다.
화산 이씨는 국내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지만 직선거리로 3000여km 떨어진 베트남에서는 추앙받는 씨족이다. 화산 이씨와 베트남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정확히 800년 전인 1224년 베트남 첫 독립 왕조인 리 왕조 6대 왕 영종의 아들인 이용상(李龍祥) 왕자는 쿠데타를 피해 일족과 부하들을 데리고 바다로 도망쳤다. 그는 남송과 대만, 금나라, 몽골 등을 거쳐 지금의 황해도 옹진군 화산포에 이르렀다. 그가 베트남 최초의 보트피플(boat people)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베트남 왕자가 표류해 왔다는 소식을 들은 고려 조정에선 크게 환영하며 이용상이 고려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는 고려에 귀화해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됐다.
한국과 베트남이 이후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 약소국의 굴레에서 신음하며 잊고 지냈던 숨은 역사의 의미가 되살아난 건 1992년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하면서다.
1995년 베트남 정부가 먼저 화산 이씨의 존재를 확인, 종친회 주요 인사를 현지에 초대했다. 당시 베트남 공산당 지도부는 공항까지 마중을 나가는 등 화산 이씨를 극진히 대접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후 화산 이씨를 리 왕족의 후손으로 공식 인정했으며, 이들이 베트남으로 귀화를 원할 경우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지시했다. 또 매년 음력 3월 15일 하노이 인근 박닌성(省) 덴도 사원에서 개최되는 '리 태조 탄신일' 축제에도 화산 이씨 문중을 정식 초대, 왕족 후손으로 예우하고 있다.
베트남의 각별한 ‘리 왕조와 화산 이씨 사랑’은 수도 하노이에 대한 현지인들의 자긍심에서 시작한다. 1009년 리 왕조 개국자인 태조 이공온(李公蘊)은 하노이 땅에 도읍을 정했고, 하노이는 이후 1000년 이상 베트남의 수도로 기능하고 있다.
베트남 국민들은 멸망한 지 800년이 된 리 왕조에 대한 향수가 강한 까닭에 화산 이씨 구성원들을 귀인 대접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국내에 1237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 화산 이씨 문중에 연예인은 이세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특한 조상을 둔 덕에 이세희는 한류 열풍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베트남에서도 국내 연예인 중 특별 대우를 받으며 인기 가도의 꽃길이 깔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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