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K-푸드의 열풍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 김 산업의 70% 이상을 국내에서 차지하고 있으며, 2년 연속 수출 1조원을 달성한 상황이다. ‘검은 반도체’라고 불릴 만큼 수요량이 급증했지만 공급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수온 상승으로 인한 김 생산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의 연구 개발 지원과 함께 식품사들도 김 육상 양식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세계 김 시장 교역 규모는 지난 2014년 4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억8000만달러로 약 2.5배 증가했으며, 연평균 10.5%의 성장률을 보였다. 국내 김 수출은 세계 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 수출액은 2년 연속 수출 1조원을 달성했다. 또 올해 1~10월까지 김 수출액은 약 8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전체 수출액인 7억9000만달러를 뛰어 넘었다.
그러나, 급증한 김 수요 대비 국내 김 원료(물김) 생산량은 50만~60만톤 수준에 머물러 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을 대비해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해수부에서는 지난 6월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김 산업 협의체’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0월 협의체를 통해 마련된 ‘김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글로벌 김 산업 주도권 공고화를 비전으로 오는 2027년까지 김 수출 10억달러(1조4040억원)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에는 △내수·수출을 위한 안정적 원물 공급 △규모화·스마트화로 가공·유통의 효율성 제고 △K-김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내외 시장 확대 △거버넌스 구축 및 연구역량·인력 육성이 있다.
내수 및 수출 물량 공급을 위한 방안으로 ‘김 육상 양식’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김 육상 양식은 실내와 바다에 동일한 환경 시설을 조성해 김 원료를 키우는 방식을 말한다. 해수부는 오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총 35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김 육상양식 시스템 개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원F&B 등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도 글로벌 김 소비량 증가 트렌드 및 이상 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국내 공급량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김 육상 양식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사 중 가장 먼저 김 육상 양식 개발에 착수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량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빠르게 준비해 왔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8년 기술 콘셉트 사전 테스트를 시작으로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22년에는 3톤 수조 배양에 성공했으며, 파일럿 생산 규모를 2025년 10톤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전용 품종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육상양식 전용 배지 개발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배지는 김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물질로, 이를 사용해 육상 양식에서 김을 우수한 품질로 빠르게 키울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육상 양식 전용 배지를 오는 2028년까지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상업화가 가능한 전용 배지 개발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김 혁신 기술이 K-김의 글로벌 가속화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풀무원도 해상 양식을 통한 양질의 김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전라북도와 수산양식 분야 공동연구 업무 협약을 맺었다. 올해 3월 육상 수조식 해수 양식업 허가를 취득해 충북 오송에 위치한 풀무원기술원의 허가를 받은 파일럿 시설 내에서 육상 양식 김을 연구하고 있다. 같은 달에는 마켓 테스트 차 자사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 코엑스점에서 육상 양식으로 수확한 물김을 활용한 신메뉴를 출시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K-푸드 열풍으로 김 수출 전망이 밝다. 풀무원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김 육상 양식 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상품화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F&B에서도 안정적인 김 생산 체계 구축을 위해 육상 양식에 도전한다. 동원F&B는 지난 10월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김·해조류 스마트 육상 양식 기술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동원F&B는 김 양식에 최적 온도인 15도 내외 해수온을 지닌 제주도 지역과 협업하게 됐다.
동원F&B 관계자는 “이번 MOU를 통해 양사는 중장기적으로 개발 기술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과 용암해수센터의 브랜드를 활용한 협업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라며 “40여 년간 축적한 동원의 해조류 R&D 역량과 제주의 용암 해수를 접목해 K푸드의 발전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김 산업의 발전을 위해 김 육상 양식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방침이다. 아울러, 소규모 영세업체가 김 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을 고려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어업인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른김 업체의 82%가 10인 미만의 영세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영세성을 탈피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 류선형 과장은 “바다에서 김 양식을 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는 가장 효율적이지만, 육상 양식은 공급량, 온도 조절 등 환경을 통제하기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어업인들도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도 김 양식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 사업자를 선정해 5년간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약 2년 안에 육상 양식 시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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