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국 HBM 수출통제 강화…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삼성전자의 HBM3E 제품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통제 강화 조치에 대해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것이지만, 한미 동맹과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양국 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의 인공지능(AI) 개발 저지를 위한 일환으로 HBM 및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특정 HBM 제품을 수출통제 품목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고성능 메모리를 구현한 것으로,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BIS는 HBM의 대역폭 밀도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를 초과하는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이 이 기준을 초과하고 있어, 특히 삼성전자가 중국에 HBM을 수출하는 경우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전량을 공급하고 있어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HBM 외에도 첨단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제조되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과 네덜란드 등 33개 국가의 기업들은 미국의 허가 없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할 수 있는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한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국의 군 현대화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상무부는 첨단반도체와 AI 기술이 군 현대화에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관련 기업 140개를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국에서는 'ACM 리서치 코리아'와 '엠피리언 코리아'가 포함됐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 속에 대중국 수출통제 동참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수출 허가 면제 국가로 포함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HBM을 생산하는 3개 기업 중 2개가 한국기업이라면, 이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업체로서, 이번 수출통제가 이들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무부가 외국산직접제품규칙(FDPR)을 적용함에 따라 미국 부품을 사용한 해외 업체들도 수출통제에 동참해야 하므로, 한국 기업들은 더욱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한편, 산업부는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의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양국 기업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미국의 조치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기업의 수출 애로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 모색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