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번 ‘여기’서 살아보시라니깐요”

“일단 한번 ‘여기’서 살아보시라니깐요”

더리더 2024-12-03 09:44: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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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 ②]여행비 지원에 ‘워케이션’ 도입, 농어촌에선 ‘살아보기’ 제공



인구절벽에 내몰린 지자체가 지역 특성을 살린 생활인구 유치정책을 펼치고 있다. 관광 목적의 생활인구 증대를 위해 여행비를 지원하거나 체류형 관광 목적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도 있다.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은 귀농귀촌인 유치를 위해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주일 살기·여행비 지원…‘관광형’ 생활인구 증가에 지자체 안간힘


자연환경과 볼거리를 갖춘 지자체는 관광을 통한 생활인구 증대에 나선다. 관광명소나 축제, 여행금 지원 등으로 지역 방문 유인을 제공하거나 워케이션 등 체류형 관광을 지원하는 등이다.

대표적인 지자체가 전남 강진군이다. 군은 생활인구 개념이 등장하기 전부터 체류 인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2015년 군은 1박부터 6박까지 농가에서 살아볼 수 있는 체류 프로그램인 ‘푸소’를 개발했다. 푸소(FUSO)란 ‘덜어내다’라는 뜻의 호남 방언으로, 농가에 머물며 시골의 정과 감성을 경험하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내자는 뜻을 담았다.

강진군은 학생푸소를 시작으로 △일반인 푸소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푸소 △공무원 푸소 청렴 교육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 푸소 체험 참여 농어가들은 특성 및 역량에 따라 숙박, 체험, 식사 등 본인들이 가능한 영역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군에 따르면 2015년 시작된 푸소에는 8년간 5만7000명이 다녀갔고, 농가는 52억8000만원의 소득을 얻었다. 농가 소득은 매년 증가해 2023년 기준 단일 농가 최고 매출액은 3700만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푸소를 농촌지역의 새로운 소득창출 모델이자 생활인구 증가책이라고 평가한다. 강진군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농림어업 축소를 겪고 있다. 푸소는 다른 농가체험프로그램과 다르게 지자체 행정과 참여 농가, 지역 자원(박물관, 향교 등)이 긴밀하게 협력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자체가 방문객 예약, 결제, 체험 농가 배정 등을 직접 관리하고 농가는 방문객을 위한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방식이다.

강진군은 푸소의 글로벌 상품화에 나선다. 군 관계자는 “외국인 접객을 위해 그룹별 K-FUSO 매뉴얼 개발, 다국어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다국어 안내시스템 구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군은 ‘여행비 지원’이라는 생활인구 유인책을 내놨다. ‘강진 반값여행’은 강진에서 사용한 여행경비의 절반을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정책이다. 관광지 1개소 이상에 방문한 인증사진과 총 합산 5만원 이상 사용 영수증을 제출하면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준다. 이는 관광객 재방문과 재소비로 이어진다.

군에 따르면 반값여행에 참여한 이용자는 지난 2월부터 10월 21일까지 총 2700여 명이다. 군은 이들에게 15억원어치의 지역화폐를 지급했다. 반값여행 효과로 전년 대비 관광객은 25%가 증가했고, 반값여행 참여자의 소비액과 지역화폐 사용액은 50억원(관광객 소비액 37.6억원, 정산금 사용액 12.4억원)에 이른다. 군 관계자는 “여행경비를 지역화폐로 돌려주기 때문에 단순 관광지 방문이 아닌 체류시간 증대로 연결돼 생활인구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대단하다. 심원섭 목포대학교 관광학과 교수가 지난 11월 18일 ‘제2회 반값여행 1번지 강진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반값여행에 따른 관광객 소비금액 증가가 미친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5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60억원이다. 심 교수는 “특정 시즌이 아닌 모든 시즌에 관광객이 몰리도록 콘텐츠와 이벤트를 발굴하고 정책을 보완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현재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진의 전남연구원 경제학박사도 “강진 관광은 계절성 때문에 여름과 겨울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추가적인 이벤트를 지속해 계절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쉬면서 일해요” 워케이션 장려 체류형 관광 정책 운영


워케이셔너를 잡기 위한 지자체 움직임도 활발하다. 전남 순천시는 아름다운 정원 문화 속에서 일과 숙박, 휴식과 관광을 접목한 워케이션 상품을 개발했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새로운 근무제도다.

순천시는 정원워케이션 프로그램으로 ‘2024년 지역활성화 우수사업 발표회’ 워케이션 분야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시는 교통, 통신의 발달로 인구 이동성이 증가하고, 순천만국제정원이라는 아름다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업무와 숙박, 휴식, 관광이 한 공간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정원워케이션의 특징이다.

지난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당시 조성된 유휴시설이 공유오피스인 정원워케이션센터로 탈바꿈했다. 시는 순천만국가정원 내에 위치한 캐빈하우스를 쉼과 업무가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하고, 인근 순천만에코촌과도 연계해 운영 중이다. 또 관광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순천패스와 웰컴키트를 제공하고, 개울길 어싱이나 정원 선셋요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 11월 기준 1만7000명가량이 방문하고, 전국에서 방문 및 견학, 워크숍을 위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여행조사 숙박여행 평균지출액을 기준으로 봤을 때 지역소비 유발액은 약 13억원으로 예상된다.

순천시는 ‘공공형 워케이션’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책투어, 교육연수, ESG 활동 프로그램을 결합한다. 도심 내 다양한 형태의 숙소와 오피스 공간, 체험거리를 발굴 및 연계해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도 있다.

시는 지역 내 부족한 숙박시설 발굴을 통해 정주여건을 개선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체류형 관광을 늘리기 위해 숙박시설이나 음식점을 보강하려 하고 있으며, 지역의 개성 있는 숙소를 발굴해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가 가능하도록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제주도, 부산시, 울산시, 강원 양양시, 충남 보령군, 충북 충주시, 경북 안동시 등이 워케이션 상품을 판매하며 공유오피스와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인생 2막, 은퇴자 마을에서 살아보기”…‘귀농 장려’ 지역살이 기회 제공해 생활인구 유치



제주가 제2의 고향이 될 수 있을까. 장기 거주 관광객이 많은 제주특별자치도는 ‘은퇴자공동체 마을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8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함께 행정안전부 주관 ‘2024 고향올래’ 공모과제에 참여해 확보한 국비 사업으로, 체류형 생활인구를 유입시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오는 2025년 12월까지 국비 포함 총 1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이 시범지역으로 결정됐다.

은퇴자공동체마을 조성사업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은퇴자를 대상으로 주민등록상 거주지 이외 지역에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은퇴자를 위한 물리적인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 아닌 정착 전 미리 생활해보며 지역과 잘 맞는지, 어떤 공동체 프로그램이 있는지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체류 확대를 위해 단기 숙박시설을 조성해 제공하고,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역마을 융화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한다.

도는 은퇴자공동체마을 조성사업에 마을관광 운영 노하우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제주의 경우 마을관광 브랜드인 ‘카름스테이’가 잘 운영되는 등 공동체 활동의 체계가 잘 잡혀 있다”고 설명했다. 은퇴자들은 명상강사와 함께하는 동백마을 음식체험, 심리상담가와 함께하는 마을 투어, 농촌일손돕기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운영을 맡은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은퇴자마을 체류 확대를 위해 유휴시설을 활용한 숙박시설 4개동을 내년 상반기까지 조성할 예정”이라며 “숙박시설과 연계한 마을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생활인구 확대를 도모하는 ‘강원 스테-이(GANGWON STA-E)’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시작했다. 이번 사업에는 3년간 총 3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도는 공모를 거쳐 인구소멸 심각 지역인 홍천군, 영월군, 화천군을 선정했고, 지역 내 유휴시설을 활용해 지역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주거·공용공간을 조성 및 지원한다. 도는 강원 스테-이 시범사업이 인구감소 지역의 생활인구 증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홍천군은 귀농귀촌 희망자, 영월군은 농촌유학가족, 화천군은 외국인계절근로자가 대상이다. 홍천군은 농촌체험 휴양마을을 활용해 귀농·귀촌 희망자를 대상으로 농업·농촌문화와 영농체험, 지역탐방, 마을주민과의 교류 등 귀농·귀촌 체험과 체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월군은 군 유휴부지를 활용해 농촌유학생을 위한 임대 주거공간을 마련한다. 농촌유학이란 시골학교로 전학해 생태 체험과 농촌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현재 농촌유학가족은 대부분 농산촌체험관, 마을회관, 펜션 등 주거 공간이 불편하거나 부족한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농촌유학가족의 인구전입과 농촌 작은학교 살리기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화천군은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한 숙소 마련에 나선다. 군은 인구감소와 농업인구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2017년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통해 인력을 수급해왔다. 부족한 거주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유휴 경로당 6곳을 리모델링해 숙소로 꾸몄다.

세밀한 사업 기획의 중요성 등 보완점도 드러났다. 홍천군의 강원 스테-이 사업의 경우 홍천군의 귀농·귀촌 관련 유사 사업이 이미 추진 중이어서 참여가 저조했다. 두촌면 바회마을의 경우 11세대 모집이 목표였으나 신청자가 없었고 내촌면 정겨운마을의 경우 사업을 포기했다.

도 관계자는 “홍천군과 협의해 사업계획 변경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업대상 마을을 신규 지정하고 이에 따라 사업금을 이월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생활인구가 인구절벽의 대안이 되기 위해선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행정안전팀장은 “생활인구정책이 단순 방문에 초점을 맞춘다면 인구감소 극복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생활인구를 모티브로 ‘세컨드홈’, ‘두지역살기’ 등의 정책과 연계해 지역과의 관계성을 높이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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