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미국 행정부가 임기 막판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강화안을 내놨다. 인공지능(AI) 훈련 등 고급 응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신규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된 가운데 여파가 국내 반도체 업계로 번진 가운데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된 HBM의 경우도 중국 수출 길이 막히게 됐다.
3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따르면 HBM에 대한 신규 통제를 비롯한 규제 패키지를 발표했다. 중국에 군사적으로 중요한 인공지능 AI 등 첨단기술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의 일부로 대중 수출 통제 품목에 HBM 등 고대역폭 메모리 제품을 추가한다해 사전 예방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범위가 중국뿐만이 아닌 반도체 시장 전체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무부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기 때문에 미국산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HBM에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이번 수출통제를 받게 된다. 미국의 메모리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외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규제망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번 규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다.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은 이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HBM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길은 모두 막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형 HBM 일부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이번 수출 규제에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삼성전자 HBM 매출의 30%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어 당장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무부는 또 중국이 첨단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에도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적용해 한국에서 생산되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도 중국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 반도체 장비 업체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에서 제외됐다. 이는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정부가 수개월 간에 협상 끝에 나온 것이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해당 국가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 ASML 등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ASML은 성명서에서 “새로운 규제가 직접적인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ASML 홀딩 ADR 주가는 3.62% 올랐다. 한국은 예외 규정을 적용받지 못했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중에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무부는 이외 중국의 군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개의 명단을 추가하고 이들 기업에 첨단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SMIC, 화웨이를 비롯한 네덜란드 극자외선 노광장비업체인 ASML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동팡징위안일렉트론이 대표적이다. 반면 선전 펑진 하이테크와 AI메모리칩 기술을 개발하려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 등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우리나라에서는 ‘ACM 리서치 코리아’와 ‘엠피리언 코리아’ 2개 기업이 지정됐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기술의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표적화 접근의 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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