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첫눈'·'올 아이 원트…'·'스노맨' 등 차트 역주행
송년·성탄 분위기 살린 노래들…"스트리밍 시대와도 맞물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첫눈 오는 이런 오후에 너에게 전화를 걸 수만 있다면 기쁠 텐데…'(엑소 '첫눈')
지난달 26일 전국 각지에서 첫눈으로 '함박눈'이 내리면서 그룹 엑소의 '첫눈'을 비롯한 겨울 시즌송 청취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함박눈이 내린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첫눈' 청취자 수는 전날 대비 무려 55.0%나 증가했다.
이 곡뿐만 아니라 같은 날 이무진의 '눈이 오잖아'는 전날 대비 청취자 수가 37.0%,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42.3%, 시아의 '스노맨'(Snowman)은 40.1% 각각 늘어났다. 지난해 1월 발매돼 K팝 겨울 노래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뉴진스의 '디토'(Ditto) 청취자 수도 7.5% 증가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 2일 오후 기준 멜론 '톱 100' 차트에서 '첫눈' 8위, '디토' 44위,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 57위, '눈이 오잖아' 89위, '스노맨'이 99위를 기록했다.
'첫눈'은 11년 전인 2013년 발매됐고,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는 30년 전인 1994년 나왔는데도 쟁쟁한 K팝 신곡 사이를 뚫고 차트 재진입에 성공했다.
멜론에서 '첫눈' 댓글창에는 '대한민국 대표 12월 캐럴 연금송', '잊을 만하다가도 겨울이 되면 다시 나타나는 그들', '또 (순위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 등의 반응이 달렸다.
엑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연말 '첫눈'의 차트 역주행 현상에 대해 "곡명을 보면 자연스럽게 '첫눈 올 때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상징성 있는 제목이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발표된 지 벌써 11년이 지난 곡인데, 음악 자체가 듣기 편안한 분위기인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작년 '첫눈 챌린지'의 인기로 해당 노래가 차트를 역주행하며 많은 분에게 다시 알려진 덕분에 올겨울에도 많이 들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겨울철 시즌송'의 선두 주자 격인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는 평생 한 번 들기도 쉽지 않다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매해 재진입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 곡은 발매 29년이 지난 작년 12월에도 '핫 100' 정상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차트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머라이어 캐리는 지난달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이야!!!"(It's Time!!!)라고 올리고 '크리스마스 여왕'의 귀환을 익살스럽게 알렸다.
가요계에서는 이러한 노래들이 가사와 사운드에 송년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잘 담고 있고, 옛 노래도 손쉽게 찾아 들을 수 있는 음원 스트리밍 환경과 맞물려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고 본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옛날이었다면 (과거 캐럴을 찾아 듣기 위해) 오래된 LP를 찾아 꺼내 듣는 수고가 필요했겠지만, 음원 스트리밍 시대가 열린 이후로는 누구든 원하는 노래를 선곡해 바로 들을 수 있다"며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가 빌보드 '핫 100'에서 다시 역주행한 시점도 스트리밍 보편화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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