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51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시 돌아왔다. 미국 대권을 거머쥔 만큼 금의환향이다. 전세계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트럼프의 재집권은 약속됐고 예견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와 트럼프가 박빙이라는 것은 겉으로 보기엔 그럴 수밖에 없다. 바둑 고수를 알아보는 건 끝내기다. 그러니까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 막판 표 단속을 어떻게 하느냐가 그 사람의 진짜 정치력을 보여주는 거다. 트럼프는 아주 오래전부터 대중들을 들었다놨다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사람이기 때문에 막판 표 단속에 성공했다. 그리고 참모로 확실한 사람을 하나 앉혀놨다. 그 참모가 일론 머스크다.
박 센터장은 지난 11월14일 전화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가 전세계인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약간 프럼트 유사한 부분이 있고 사고체계가 일반 사람과는 남다르고 뭔가 좀 즉흥적”이라며 “더구나 테슬라 대표로서 혁신적인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같은 이미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2가 트럼프1 대신 나서고 있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우선 박 센터장은 “돌아보면 여러 변수들이 있었다”며 회고했다. 안 그래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인지능력이 위태로운데 코로나까지 걸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총격 피습을 당했지만 주먹을 불끈쥐며 지지세를 결집시켰다. 과거 200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커터칼 피습을 당하고 병상에서 깨어나 “대전은요?”라고 물었던 때가 연상된다. 나의 피해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이미지가 확고해질 수 있다. 그 직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의 후보 교체가 단행됐지만 타이밍상 늦었다.
트럼프 캠프에서는 자기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내가 대선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본인 경호팀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이걸 확장시켜서 모든 미국 국민의 안전에 포커싱을 잡았다. 대권 경력자의 남다른 프레임 전환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트럼프 당선인은 본인의 그런 강성 이미지를 다른 외부 경쟁 국가들과 맞서싸울 수 있는 경쟁력으로 어필했다. 김정은과도 관계가 깊고, 푸틴하고도 언제든 담판지을 수 있고, 시진핑과도 맞짱 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초보 해리스가 가질 수 있는 약점들을 강점으로 어필한 것이다.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되돌아보면 박빙 얘기까지 나왔으나 온 우주가 트럼프를 도왔다고 볼 수 있다.
온우주에는 민주당이 자리잡고 있다. 바이든과 해리스의 문제도 컸지만 민주당 자체적으로도 경제 비전이 취약했고 그렇게 부각하지도 않았다. 오직 안티 트럼프로 네거티브에 올인했고,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인 마케팅에만 힘썼다. 정치적 올바름과 진보적 이슈에만 몰두하는 배운 사람들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도 악영향을 미쳤다. 박 센터장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만성 위기를 반전시킬 적임자가 아니라고 봤다.
해리스도 준비 기간이 짧았던 게 너무 티가 났다. 바이든 정부 자체가 별 그렇게 큰 위기 없이 4년을 지내왔기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정치적인 능력을 발휘할 힘이 없었는데 거기다가 갑작스럽게 그냥 내가 물려줄게 하는 식으로 대통령 후보가 됐기 때문에 트럼프와의 경쟁을 통해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없다.
사실 2016년 트럼프의 1기 집권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모두가 이야기했던 것은 이런 거다. 그러니까 러스트벨트 등 미국 백인 노동자층이 이주민들에게 자기 밥그릇을 빼앗기는 것 같다는 상실감을 느껴 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로 결집했다는 것. 마찬가지로 이제는 미국인 전체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집권이 열렸다.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지윤 박사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왜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선택했느냐? 여러 이유들이 있다. 상대 후보가 좀 약했다거나 중간에 교체됐다는 것도 분명히 민주당의 악재다. 대부분의 선거는 경제 이슈가 크게 작동한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원래 미국은 외국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은 나라였다. 그러다가 1941년 12월7일 진주만 폭격이 있었고 그러면서 끌려나와서 패권국이 됐다. 우리가 보통 미국을 생각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를 끌고가는 나라 아닌가. 그래서 뭔가 맏형이자 세계 경찰! 이런 것이었는데 그걸 하면서 미국도 많이 지쳤다. 2008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경제 위기가 있었고 미국을 쫓아오는 중국 같은 다른 국가들이 있고. 근데 다른 데서 전쟁 나면 가서 도와주기도 하고 군대를 보내주기도 하고 이런 게 이제는 미국인들이 싫은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강하다. 나이가 있는 세대는 가장 영광스러운 시대를 봤기 때문에 그래도 미국이 나서야지라고 할줄 모르겠지만 젋은 세대는 힘든 것만 겪었고, 살기 팍팍한데 우리가 왜 세금 거둬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주느냐. 인플레이션 왜 못 잡느냐.
더 이상 패권국으로서 ‘세계 경찰’ 역할을 하며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 경제만 챙기는 지도자를 보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사실 그 영향력으로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측면이 있지만, 당구 쓰리쿠션을 하듯 하지 말고 트럼프 당선인처럼 노골적으로 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치는 지도자를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명목으로 한국으로부터 연 1조 가량을 받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이고 나발이고 10조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박 센터장은 “중요한 걸 말씀드리겠다”며 “트럼프가 다른 국가의 대통령이면 그런 자세 취할 수가 없다. 미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어차피 세계 최강대국은 미국이고 아메리칸 퍼스트를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반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호기롭게 뻔뻔 모드로 맹폭하더라도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 강국들이 크게 반발하지 못 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조차 국내에선 어떨지 몰라도 국제적으로 외교를 할 때는 ‘마이웨이’ 스타일이 아니고 ‘톤앤매너’를 중시한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처럼 완전히 마이웨이로 치닫는 스타일이다.
유럽 여러 정상들은 마이웨이를 하게 되면 주변에서 말들이 되게 많다. 근데 미국은 다르다. 주변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캐나다나 멕시코가 뭐라고 하지도 못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에도 미국 밖의 적을 상정해왔듯이 이번에도 ‘대중국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지금 미국 유권자들 입장에서 보면 중국은 경제적인 면에서 계속 치고 올라온다. 러시아는 북한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강한 러시아를 만들겠다고 전쟁을 끝내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나토 등 미국 중심 질서를 흔들겠다는 얘기다. 푸틴은 강한 러시아를 얘기하고 있다. 다시 냉전 때처럼 미국과 대등해지고 싶은 건데 두 강대국이 이제는 동등한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맘먹고 있을 때 트럼프가 한 마디 한다. 웃기는 소리 하지마. 아메리칸 퍼스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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