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독립영화의 오늘을 알려온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1백 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그중 장편 10편, 단편 10편을 만든 스무 명의 감독에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연과 추억을 물었다. 50년의 시간을 생생히 목격하고 함께해온 20인의 목소리. 그 안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과 서울독립영화제를 향한 응원이 분명히 담겨 있다.
전고운 감독 <소공녀>
서독제와의 인연 <소공녀>로 서독제를 찾았던 2017년 12월 겨울, 영화제가 열리던 압구정 CGV 건물이 마치 거대한 난로처럼 느껴졌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 빈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의 열기 덕에 밖은 추웠지만 안은 뜨끈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 자막가로 참여한 2007년 서독제에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한 순간. 당시에는 필름에 자막을 입힐 수 없어 해외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수동으로 자막 파일을 틀곤 했다. 때마침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그의 작품들을 보며 신선한 자극을 받은 기억이 난다. 다른 문화권의 영화 문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며, 감독으로서 다양성의 가치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나에게 서독제란 영화과 학생 시절, 내 꿈은 좋은 독립영화를 찍는 것이었다. 그 중심에는 늘 서울독립영화제가 있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하는 독립영화가 매력적이었고, 그런 독립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서독제와 언젠가 꼭 함께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서독제는 자본의 가치에 떠밀려 사라지기 쉬운 영화의 다양성을 지켜주는 곳이다. 긴 시간 동안 새로운 배우와 감독을 소개해왔고, 단지 재미로만 압축되기 쉬운 영화라는 장르의 수많은 가능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용기를 낸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나와 비슷한 이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독제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래도록,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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