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한때 이름을 날리던 남양유업의 몰락은 자사 제품 불가리스 허위 광고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영업정지에 과징금 8억원을 물리고 홍원식 전 회장이 자진 사임까지 발표했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전 홍 회장에 이달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전 홍 회장이 구속된 데는 횡령과 배임 등의 건도 포함된다.
남양유업은 44년 연속 흑자를 찍으며 국내 유업계의 선두주자 자리를 지켜왔으나 창립주 별세 이후 장남 손으로 넘어가면서 공든 탑이 무너진 된 꼴이다.
나락으로 이끈 불가리스 허위 광고 사건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부터 갑질, 마약, 허위 광고 등 이어지는 논란 속에서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 중 남양유업을 완전히 바닥으로 몰락시킨 사건은 약 4년 전 ‘불가리스 사태’다.
전직 남양유업연구소장이 자사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며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발표 이후 불가리스 제품의 판매가 급증했고 실제 주가도 크게 치솟았지만 허위 광고임이 들통나면서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의 항의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표시광고법위반혐의로 고발당하며 일시적 영업정지 및 과징금까지 물어야 했다.
또한 논란이 커지자 홍 전 회장은 결국 그 해 5월 자진 사임을 발표했고 이를 증명하듯 본인 및 가족이 소유한 남양유업 지분을 모두 저렴한 값에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이후 홍 전 회장은 약속을 번복하며 주식매매계약 이행 소송을 제기하지만 지난 1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경영권을 완전히 내려놨다.
홍 전 회장 구속돼…왜?
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1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52.63%의 주식을 3107억2900만원에 매각했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한앤컴퍼니는 지난 8월 홍 전 회장을 비롯한 당사의 전직 임직원 4명을 횡령 및 배임수재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홍 전 회장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홍 전 회장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지난달 28일 구속영장이 발부했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운영 당시 지위를 이용해 개인의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통 과정에서 친인척의 운영 업체를 연결해 돈을 빼돌리고 납품업체 대표를 위장 취업시켜 급여를 되돌려 받는 등 회사에 1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다.
홍 전 회장에 대한 증거 인멸 교사 혐의는 불가리스 사태가 적용됐다. 당시 상황을 주도한 홍 전 회장은 자신의 지시사항이 담긴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리라고 지시하며 증거를 지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가 잘 차린 밥상’ 본인도 자손도 못 먹어
남양유업은 약 11년간 지속되는 논란과 경영난을 겪어왔다. 홍원식 전 회장은 남양유업의 2대 회장이자 (故) 홍두영 창업주의 장남이다.
남양유업은 1964년 설립돼 국내 최초로 조제분유를 생산하며 모유 수유가 줄어드는 시기에 맞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공주공장과 경주공장을 신설하면서 유산균 발효유 남양요구르트와 우유 및 치즈를 생산했다. 1990년대는 불가리스·임페리얼·이오 등 남양유업 대표 제품으로 성공했고 유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까지 하며 44년 연속 호황기를 달려왔다.
남양유업의 흔들리는 경영은 2010년 홍 명예회장 별세 후 홍 전 회장이 맡은 뒤부터다. 홍 전 회장의 두 아들인 장남 홍진석과 차남 홍범석도 남양유업에서 각 상무 자리를 차지했다.
홍 전 회장의 두 아들은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에도 그대로 상무 자리를 지켰다. 이후 3개월 만에 세 부자는 동종 사업 분야로 각 회사를 설립하며 재기의 기회를 노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남양유업의 브랜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오너리스크가 지목돼 온 사항은 무시할 수 없다. 결국에는 지난 4월 22일 두 아들 모두 상무 자리를 사임하면서 남양유업은 60년 홍씨 일가의 오너 경영의 완전한 종지부를 찍게 됐다.
박달님 기자 pmoon55@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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