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감독 김민하) 속 '지연'은 클리셰를 깨는 인물이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지연'은 스크린 너머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공포영화 클리셰를 깨며 예상 밖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지연'을 연기한 배우 김도연의 행보와도 같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살아남아 그룹 아이오아이로 데뷔했고 그룹 위키미키로 제 데뷔해 활동했다. 드라마 '투 비 컨티뉴드'를 시작으로 '멜로가 체질' '간 떨어지는 동거' '원 더 우먼' '지리산'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쌓던 그는 돌연 "연기 공부를 하겠다"며 영국으로 떠났다. 예상 경로를 벗어나더라도 또박또박 한 걸음씩 자신이 원하는 길로 나아가는 소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속 '지연'과도 닮아있었다.
"영국으로 연기 공부를 하러 떠났었어요. 유학은 너무 거창하고…두 달 코스로 연기를 배웠어요. 하하. 막연히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제 로망이었어요. 여행을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학교에 다니니까 여행과 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그곳에 흡수되고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요."
홀연히 영국으로 떠나 두 달 동안 연기 수업을 받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은 카메라 안팎 김도연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혼란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불명확한 걸 견뎌보자'고 다짐했는데 (유학 기간) 잘 이겨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명확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답이 있는 게 좋거든요? 하지만 모든 일에 명확한 답이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연기도 그렇고…. 그동안 아이돌 활동을 하며 명확한 일을 해냈고 거기에 익숙해졌는데 명확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불안하고 겁났어요. 영국으로 떠나며 '불안을 견뎌보자'고 다짐했고 그 안에서 좋은 걸 발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불안을 견디며 그 과정에서 새롭게 볼 수 있는 게 있을 거라고요."
두 달 간의 연기 공부를 통해 김도연은 스스로 알지 못했던 새로운 면들을 알아갔다. "새로운 깨달음"은 그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저를 확장하는 일을 좋아해요. 제가 알지 못했던 걸 알게 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 정말 정말 재밌거든요. 선생님께서 항상 '비 인 더 모먼트(The Moment, 순간에 충실하라)'라고 하셨어요. 그동안 연기 할 때 많은 걸 준비하고, 계획해서 현장에 갔었는데요. 그건 준비 과정에서 해야 하는 거고, 연기할 때는 열린 상태로 순간순간 반응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깨달음을 얻었어요. 제가 계획하지 않아야 상대와 연결될 수 있고, 반응할 수 있구나. 거기에서 얻는 흥미로운 점들이 있었어요."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하 '아메바 소녀들')도 김도연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 작품이다. 학교괴담이 현실이 되어버린 개교기념일 밤 저주의 숨바꼭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공포를 담은 이 작품은 김도연의 '낯선 얼굴'을 꺼내며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동안 제가 보여드린 이미지가 아주 다양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을 통해 (대중이) 새로운 얼굴을 봤으면 했어요. 저 역시도 제가 모르는 새로운 얼굴을 보고 싶었고요. 그러던 중 '아메바 소녀들' 대본을 받게 되었고 유쾌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이 제 새로운 면을 꺼낼 수 있게 해줄 거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김도연은 영화 '아메바 소녀들'을 두고 "운명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 있는 작품으로 퍼즐처럼 제 몸에 꼭 맞았다는 부연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선택한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게 느껴져요.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꼭 운명 같아요. 어떤 시기에 저에게 필요한 점을 가진 작품이 오게 되어있어요. 필요하거나 원하고 있었거나. 저도 모르는 공백을 채워 줄 수 있는 작품들이었어요. '아메바 소녀들'도 그래요. 유쾌하고 새롭고 다양한 매력이 있는 작품을 찾고 있었나 봐요."
'지연'은 극의 핵심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다. 김도연은 "다른 인물들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애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접근할 때도 그런 점에 주안점을 두지는 않았어요. 그저 대본에 충실히 하려고 했죠. 감독님께서 생각하고 있는 그림이 확실했고 글에서도 느껴졌기 때문에 그저 주어진 신을 충실하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특히 감독님께 의지를 많이 했어요."
그는 영화의 톤과 캐릭터가 독특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털어놓았다. 작품을 이해하고 난 뒤에는 스스럼없었다.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에게 말을 걸거나 '속닥속닥' 같은 대사는 (이전 작품에서) 본 적이 없었어요. '아메바 소녀들'만의 독특한 톤을 이해하기까지가 시간이 걸렸고요. 이해한 뒤에는 영화적 용어나 유머를 포인트로 삼는 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명확히 보여줘야 하는 것들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집중했어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고 나아가며 쟁취하는 소녀. '지연'은 실제 김도연과도 많은 부분 닮아있다. 그 역시 "저와 닮은 점이 많아 몰입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지연'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리더쉽도 있고 책임감도 있어요. 친구들이 자신 때문에 귀신과의 싸움에 휘말리게 되었다며 그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김도연은 김 감독의 의도 아래 그가 빚은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연' 캐릭터 역시 너무 많은 것을 부여하기 보다 비워내면서 인물만의 톤을 만들어갔다고 부연했다.
"감독님께서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접근하라'고 피드백해 주셔서요. 현장에서 머리를 비우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어요. 제가 가진 제 안의 모습을 꺼내 쓰기도 했고요. '지연'에게 특정한 이미지 같은 걸 입히려고 노력하지 않았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도연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아메바 소녀들'을 보시고 저에게 궁금증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저의 다른 연기도 보고 싶어지셨으면 해요. 그동안 에너지를 비축해 왔고 이제 이 에너지를 쏟아낼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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