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현 KB라이프생명보험 이환주 대표가 뽑혔다. 통상 은행장 유력 후보는 줄곧 은행에서 부행장까지 역임한 인물이 꼽혀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KB금융 계열사 CEO로 은행장이 된 최초 인물이지만 애초에 은행 출신이란 점에선 특별한 인사가 아닐지 모른다. 다만 보험업에서 그가 쌓은 경력은 시너지 효과를 낼 거란 기대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은행 출신이지만 은행장 이력은 없이 KB손해보험 장수 CEO를 지낸 양종희 회장 의중이 반영됐을 인사 의도도 읽힌다. 현재 그룹 비은행 실적을 견인하는 중심에는 보험계열사가 있다.
KB생명서 활약한 은행 출신
KB금융은 지난 27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KB라이프 이환주 대표를 선정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KB금융 내 은행장이 된 최초 현역 보험계열사 대표지만 그 이전에 1991년 주택은행으로 입행한 은행 출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국민은행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 스타타워지점장,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도 지냈다.
KB생명 대표가 되기 1년 전인 2021년 KB금융 재무총괄(CFO)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그룹 내 요직도 거쳤다. 이 대표가 주요 핵심직무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 중심 경영철학을 균형 있게 실현할 수 있는 현장감과 경영관리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배경이다.
대추위 “은행·비은행 시너지 극대화 인사 철학 반영”
이 대표의 은행 경력도 상당하지만 은행장 후보로 오른데 결정적이었던 건 보험계열사에서 거둔 성과였다. 지난 2022년 KB생명 대표로 재임할 당시 이 대표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냈다고 평가받는다. 요양업 진출 등 신시장 개척도 높이 인정되는 부분이다.
대추위는 “이 후보 추천은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로 조직의 안정 및 내실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지주·은행·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이 후보는 은행에서 입사하고 은행 경력도 이미 많은데 계열사 대표까지 경험하고 다시 은행장으로 온 것”이라며 “지주사에서도 근무했기에 KB금융그룹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더리브스 질의에 “은행 업무도 거의 다 하셨고 비은행 경력도 갖추셨기에 한마디로 적절한 인사”라며 “비은행 경험을 토대로 은행·비은행이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데 유리하지 않을까 기대가 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기여도 커진 KB금융 보험계열사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에서도 실적에 대한 비은행 기여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은행 실적에 의존하기보다 비은행 전반을 강화하는 게 금융지주들의 공통된 목표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리딩금융 지위를 이어가고 있는 KB금융은 이상적인 지주 경영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비은행 중에서도 최근 보험계열사가 증권사 실적을 앞서고 있는 가운데 KB금융 양종희 회장 역시 2016년부터 KB손해보험을 3연임하며 이끈 보험계열사 대표 출신이다. 그 역시 1989년 주택은행에서 출발했지만 은행장 경력을 거치지 않았고 보험계열사 대표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이 대표와 닮았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적이 KB증권을 앞섰으며 올해 3분기 실적이 보다 개선돼 비은행 기여에 앞장서고 있다. KB라이프는 실적 기여도 3위인 KB국민카드 다음으로 비은행 에 기여하고 있지만 두 보험계열사 실적을 합치면 이미 은행의 3분의1 수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양 회장이 이끄는 KB금융이 은행과 비은행 시너지 극대화를 이번 국민은행장 인사 기준으로 삼으면서 이 대표를 선임한 배경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취임 이후 보험업 활성화를 강조해온 양 회장 의중대로 보험 실적이 그룹 실적을 뒷받침하면서 그룹 내 보험업계 위상은 높아지게 됐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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