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우정 기자] 홍해 사태로 막혔던 수에즈운하로 통항하는 선박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의 공격이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여겨지고 있어 중소형 크기의 선박만이 통항하고 있으며 대형 선박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1일 글로벌 해운조사 전문기관 알파라이너(Alphaliner)에 따르면, 이집트 수에즈운하 컨테이너 통향량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11월 넷째주) 기준 수에즈운하 선박 통항량은 54척으로 지난해 11월 후티 반군 공격이 시작된 이후 집계된 주간 통항치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선박의 78%는 3000~5100TEU 크기인 파나막스(Pananmax) 사이즈의 소형 컨테이너선으로 나타났다. 4000~7500TEU 사이즈의 중형 컨테이너선 통항량 또한 최근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9월 저점에서 반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7500~1만8000TEU급의 대형 컨테이너 선박들은 전년 대비 92.5% 감소한 월 20회 미만의 통항량을 기록했다. 또한 1만8000TEU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의 지난 9개월 간 수에즈운하의 통항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영국 해양정보회사인 로이드리스트 인텔리전스(Lloyd’s List Intelligence)도 지난 10월 877척의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월 기록된 868척보단 소폭 증가한 수치이지만, 누적 중량톤수(DWT)로 집계하면 전월 대비 물동량은 4% 감소한 6550만dwt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에 기록한 최저치인 6750만dwt에서 한층 더 하락한 수치이다.
예멘 후티 반군 공격으로 통항로서의 역할을 잃은 수에즈운하의 수입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80억달러(약 11조1720억원)가 감소했다. 이집트는 수에즈운하를 주요 외화수입원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수에즈운하 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이집트 중앙은행은 9개월 간 수에즈운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한 5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 9월 말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올해 수에즈운하의 수익 50~60%가 감소해 60억달러(약 8조3790억원)의 구멍이 뚫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전세계 지정학적 물류 혼란을 가져온 홍해 사태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보고서를 통해 예멘 후티 반군이 선박 소유주들로부터 ‘안전운항’을 담보로 매달 1억8000만달러(약 2511억1800만원)에 달하는 불법 수수료를 징수해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당 보고서는 예멘 분쟁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가들로부터 작성됐으며 UN 안보리는 해당 보고서에 대한 근거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항행 선박에 최소 134건의 공격을 감행했으며, 총 4명이 사망하고 2척의 선박이 침몰했다.
UN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은 해상 행동으로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다”며 “민간 선박에 무기 시스템을 사용한 이러한 규모의 공격은 2차세계대전 이후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후티 반군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 관련한 국가의 선박만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했지만, 보고서는 적대국과 명확한 관련이 없는 다양한 선박을 공격했으며 이란의 화물을 운반하는 선박까지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무차별적인 공격 패턴을 표적 설정의 오류로 해석했지만, 보고서는 후티 반군이 금전적 목적을 위해 표적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후티 반군의 ‘안전통항료’는 연간 약 22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현재 후티 반군의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로, 이념적 동기와 상관없이 홍해 점거를 지속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해양보안·보험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의 ‘안전통행료’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덴마크 해운정보회사 베스푸치 마리타임(Vespucci Maritime) 대표인 라스 얀센은 “안전한 통과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일부 해운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지만, 언급된 금액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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