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 ‘컨트롤타워’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여소(與小) 대표’인 한동훈 대표의 정치적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는 총 300명의 국회의원 중 자당 173명과 조국혁신당 12명, 개혁신당·진보당 각 3명을 191명의 합쳐 범야권의 총수 격으로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지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원내대표 사이에서 정치적 지향점을 놓고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다.
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경북 안동 소재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대구·경북 통합문제와 ‘2025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지원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철우 경북지사가 ‘APEC 지원 예산 증액’을 요청하자 “제가 챙겨보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는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이 대표가 “증액이 필요하면 수정안을 내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대표는 또 “쓸데없는 것만 잘라낸 것”이라며 “APEC 사업의 경우 우리도 현실적으로 공감을 하는 사안”이라며 자신 있게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민주당의 최대 불모지인 경북도를 찾아서도 예산과 법안 등과 관련해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준 것은 여야 정치권 안팎에서 이른바 ‘이재명의 동진(東進)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한동훈의 서진(西進)’ 정책은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 6명 중 5명을 영남권 연고자로 채웠다. 이 대표(안동)를 비롯해 전현희(경남 통영), 김병주(경북 예천), 이언주(부산) 최고위원 등이다. 다만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서울에 지역구를 뒀는데 선친이 경남 사천 출신이고, 한준호 최고위원(전북 전주)은 유일한 호남 출신이지만 지역구는 경기 고양을이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부산광역시 출신으로 한 때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함께 과거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잇는 ‘부산·울산·경남’의 적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 등 범야권 소속 이 대표와 TK(대구·경북)과 부·울·경 출신들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영남권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10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 각종 정치 현안을 논의했다. 당시 홍 시장이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 민주당이 좀 도와주어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당부한 사례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장면 중 하나로 평가됐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과거에는 대통령 권한이 80%였다면 지금은 국회 권력이 대통령 권력에 못지않게 5대 5가 됐다”며 “대등한 권력이 충돌하면 피해는 국민이 본다. 현 정부는 정치에 노련한 사람들이 아니다. 민주당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풀어 나가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누구 잘못인지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원칙과 상식이 잘 관철되면 좋은데 잘 안돼서 그렇지 않나”라며 간호법 개정 등을 정치 현안을 예로 들었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7월 당 대표 취임 후 최근까지 당내 갈등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각종 정치 현안을 언급하면서 거야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첨예한 갈등’은 급기야 여당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을 받기 일쑤였다.
한 대표는 최근에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당원 게시판’ 논란도 쉽게 해결하지 못한 데 이어 민주당이 주장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 3자 추천 문제와 대통령실 인적 쇄신 및 국무총리 포함 개각과 관련해서도 논평 자체를 자제할 정도로,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예산으로 행패 부리더니, 간첩 법으로도 행패 부리기로 한 가냐”며 대야 공세를 펼쳤다.
한 대표는 이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 법’ 이 민주당 반대로 지난 국회에서 좌초됐다고 하니, 민주당은 자기들이 반대한 적 없다고 정색을 했었다”며 “그런데 그 입장 또 바뀐 것 같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간첩 법 개정이 있어야 ‘외국’의 ‘산업스파이들’이 우리나라 첨단기술을 빼내 가는 것을 엄벌할 수 있다”며 “적국인 북한 간첩은 이미 간첩죄 대상이니 ‘레드 컴플렉스’나 ‘언제적 간첩’ 운운할 일도 아니다”며 “여당 대표로서 물어본다. 민주당은 다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반대’로 되돌아간 거냐”고 물었다. 여야 일각에서는 이에 “한 대표의 관전평에 불과하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위증교사 1심 무죄 이후 여의도 권력의 정점에 선 인물”이라며 “반면 한 대표는 용산과 영남권 중심의 친윤들에 포위된 상태에서 한동훈 정책을 실행하기 힘들 정도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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