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승'이 개봉 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30일 오후 7시 기준, 박스오피스 예매 관객 수 4만3871명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올랐다.
스포츠 영화는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승부라는 구도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결말이 예측 가능해 관객의 흥미를 끌기 쉽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스포츠 영화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해 개봉한 치어리딩 영화 ‘빅토리’는 관객 50만 명에 그쳤다. 지난해 개봉한 ‘드림’, ‘1947 보스톤’, ‘리바운드’ 역시 흥행 성과가 미미했다.
스포츠의 매력은 치열한 승부와 예기치 못한 변수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영화로 전환되면 뻔한 결말과 감정 과잉이 감동을 반감시키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감독들은 인물 간 갈등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강조한다.
그런데 ‘1승’은 2009년 개봉한 '국가대표'의 향기가 난다. 이 영화는 8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스포츠 영화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김용화 감독이 연출했고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다. 미국 입양아 출신인 차헌태가 스키점프 국가대표로 합류해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합지졸 선수들이 삐걱거리다 점차 성장하며 목표를 이루는 구조는 전형적이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간절한 사연, 스키점프라는 독특한 소재, 적절히 배치된 유머와 위트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과잉 감정으로 흐르기 쉬운 ‘신파’를 절제하며 깔끔한 연출을 보여줬다.
등장인물들은 입양아 등 다양한 배경을 지녔지만, 재치 있는 웃음으로 무게감을 조율하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덕분에 감동과 웃음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승’은 역시 배구라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종목을 다룬다. 야구나 축구만큼 대중적이지 않지만, 배구의 묘미를 살리며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과도한 갈등이나 신파 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배구의 세계를 풀어냈다.
영화는 전력 분석 시스템 등 데이터 기반의 배구 설명과 감동적인 요소를 조화시켰다. 송강호는 김우진 감독 역을 맡아, 처음엔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던 인물이 점차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박정민은 허황된 재벌 2세로 등장하지만, 점차 진정성 있는 캐릭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메가 랠리’ 장면이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7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실제 경기처럼 박진감 넘치는 비주얼을 구현했다. 관객은 마치 경기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오랜 시간을 거쳐 극장에 도착한 작품이다. 2021년 2월 촬영을 마쳤지만, 개봉은 정확히 3년 10개월 만인 2024년 12월로 미뤄졌다. 팬데믹 이후 관객들의 선호가 짧고 빠른 전개로 변화한 점을 반영하여, 드라마 장르임에도 불필요한 장면과 감정선을 과감히 생략했다. 그 결과 플롯이 경쾌하게 진행되며,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로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1승’은 ‘국가대표’처럼 성공적인 스포츠 영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감동과 재미를 조화롭게 배합하며 스포츠 영화의 한계를 넘어섰다. 현실적인 캐릭터와 절제된 감정선은 관객들에게 진정성 있는 울림을 전할 것이다. 개봉일은 12월 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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