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수세 주춤… 오른시세 및 대출 규제 강화
중개사 “비아파트 투자 시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월 거래량이 8,800건(7월 기준)을 넘어서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극심한 투자자 쏠림 현상도 중지됐다는 의미다. 또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금리가 한 달 새 1%포인트 이상 오르고 한도가 급감하자 9월에 이르러 아파트 가격이 둔화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실수요자의 매수 여력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한다. 이 가운데, 비(非)아파트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견조해 대비를 이뤄 눈길을 끈다.
정부가 밀어주는 주거용 부동산 투자처 ‘비아파트’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격지수는 101.2를 기록해, 2022년 9월(101.3)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오르고, 대출도 막히면서 빌라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특히 비아파트에서는 전세사기 충격이 아직도 남아있어, 전세보다는 아예 매입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빌라를 사기 좋은 환경에는 정부의 정책의 효과가 발휘됐다. 오는 12월부터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 이하의 수도권 빌라를 보유한 사람도 아파트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8·8 부동산 대책’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아파트 기준은 그대로 두고 비아파트 기준을 수도권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방 기준은 85㎡ 이하, 공시가격 3억원 이하로 완화된다. 국토부는 법제 심사를 거쳐 올해 안에 개정안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 이하이고, 공시가격이 1억 6,000만원 이하인 아파트·비아파트가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받았다. 지방의 경우 전용면적 60㎡ 이하,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인 아파트·비아파트가 무주택 적용이 됐다. 비아파트에는 빌라로 통칭하는 다세대, 다가구, 연립주택, 단독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포함된다. 수도권에서 시세 7억∼8억원대 빌라 1채만 소유하고 있다면 무주택으로 인정받으며 1순위 청약이 가능해진다. 입주자 모집 공고일 시점의 공시가격으로 무주택 여부를 가리기 때문에 입주 시점에 공시가격이 올라도 당첨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이에 인기 지역 분양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계획해 비아파트를 주거용 부동산시장 상품으로 살리고자 하는 점이 주목된다. 정부는 투자자 및 거주용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아파트 공공 신축 매입을 계획했다. 세부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2025년까지 11만호 이상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전했다.
정부가 매입한 비아파트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선 만큼, 한동안 비아파트시장이 살아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은평구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정부 발표는 침체한 비아파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빌라가 밀집한 지역에선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빌라가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면, 청년층 내 집 마련·빌라시장 활성화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아파트,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해”
비아파트를 부동산 투자처로 생각했다면 고려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정부는 청약·세제 혜택과 공공임대를 위한 매입으로 거래량을 끌어 올려 전세사기의 흔적을 지우고 있지만, 정책이 개입이 되면서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비아파트가 망한 이유는 전세사기다. 이 사건의 발단은 정부의 전세대출, 보증 보험 확대 등 정책적 요인이 있다”면서 “현재는 비아파트가 살아나는 듯하지만, 조만간 꺾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가 말하는 비아파트 주거용 투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같은 추세가 유지할 수 있느냐’라는 점에 있다.
특히 무분별한 주거용 투자는 오히려 돈이 묶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가격이 상승하는 빌라는 공통적으로 재개발·재건축 호재 및 그럴듯한 아파트가 주변에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 아파트 주변의 비아파트는 피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 큰 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시장 자체가 살아나기가 쉽지 않다.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현실적으로 시세 5억원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또 빚내고 청약을 시도한 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과적으로 현재 빌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만 청약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뜻으로, 청약경쟁 또한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빌라·청약시장 둘 다 판도를 크게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이 최근 금리를 0.5%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도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펼쳐진다면, 시중은행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고, 금리가 내려간다면 다시금 아파트 매수세가 살아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제공 웰스매니지먼트(www.wealth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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