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은행권이 '인구 대국' 인도로 향하고 있다.
인도는 14억5000여 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구 대국으로, 중국을 밀어내고 '세계 1위 인구' 국가에 올랐다. 예상 경제성장률 역시 6~7%로 세계 평균(3.1%)의 두 배에 달해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국가다. 특히 기업공개(IPO) 시장과 모바일 금융 시장이 매년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은행권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 1위라는 인구 규모(14억5093만명)를 바탕으로 금융시장의 블루오션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인도는 글로벌 IPO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인도의 IPO 규모는 9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억달러와 비해 무려 135%가 증가했다. 이에 글로벌 IPO 시장 규모는 중국(68억달러)를 제치고 1위인 미국(273억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공모당 평균 자금 조달액이 3600만달러로 소형 IPO 위주였으나, 공모건수가 258건으로 글로벌 공모건수의 35%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IPO가 활발한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은행 및 투자 회사들은 인도 증시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자금 조달 및 투자를 늘리는 있는 추세다.
시장 상황도 긍정적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 3월, 주식 공모에 대한 보증금 예치 의무화를 폐지하는 등, IPO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 격화에 따라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인도 생산을 늘리는 등, 인도의 반사이익이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도 국내총생산(GDP) 및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구매력이 상승하며 이커머스를 비롯한 다양한 소비재 부문의 거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인도의 GDP 성장률은 7%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엔은 ‘2024 세계 경제 상황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인도의 GDP 성장률을 6.9%로 상향조정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6.8%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2027년에는 소득 1만달러 이상의 중산층이 1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의 디지털 금융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인도는 인구 대비 스마트폰 사용자 비중이 66.2%에 달하며 약 6억4000만명의 시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디지털 금융거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결제(payment) 시장은 연평균 34.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인도의 경제지인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디아(Business Insider India)'에 따르면, 은행계좌를 보유한 대도시 거주자 중 약 83%가 모바일 뱅킹 앱을 사용하고 있다. 2023년 11월 기준으로 모바일뱅킹 거래 규모는 2022년 동기 대비 29%가 증가했으며, 사용자 수는 14.5%가 증가했다.
아울러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디지털 경제 육성정책에 따라, 모바일 금융시장 성장세는 꾸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는 금융포용 확대와 불법자금·위조지폐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2010년부터 디지털 금융환경 조성 및 핀테크 육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에 2011년 기준, 약 44%에 불과했던 금융계좌 보유율(15세 이상 인구 기준)이 2021년에는 78%로 증가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블루웨이브 컨설팅(BlueWeave Consulting)'은 2028년 인도 모바일 뱅킹시장의 규모는 2021년 이후 연평균 9.8%가 증가한 14억9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디지털 결제 시장은 향후 5년 동안 약 3배 이상 증가해, 약 10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며 전체 결제의 65%가 모바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동남아시아 국가 위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국내 시중은행도 인도로 눈을 돌리고 시장 선점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인도 국민기업 타타모터스와 글로벌 협력 파트너십 구축해 타타모터스 관계사 및 벤더사로 협업 분야를 확대해 글로벌 금융파트너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계열사인 우리금융캐피탈을 통해 타타모터스와 각별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우리금융캐피탈은 타타대우상용차와 ‘전략적 전속금융 계약’을 체결하고 타타대우상용차 특화 금융 상품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인도지역 현지화 전략의 전초기지로 푸네지점과 아메다바드지점을 추가 개설했다. 지난 2012년 첸나이지점을 시작으로 2017년 구르가온, 뭄바이지점을 개설한 우리은행은 이번 지점 추가 개설로 인도 전역에 총 5개의 영업망을 구축하게 됐다.
인도 중심부에 있는 마하라슈트라주의 푸네지점은 다양한 산업군의 특성에 맞춰 한국계 기업과 현지 기업들에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마하라슈트라주의 산업단지에는 △제조 △IT △자동차 △바이오테크 등, 여러 산업군이 밀집해 있고 현대자동차 그룹도 대규모 신공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등, 경제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구자라트주의 아메다바드지점은 현지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입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도 최대의 석유화학단지와 인도 수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칸들라(Kandla)와 문드라(Mundra) 항만이 있는 △물류 △해운 요충지역에 특화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인도 최대 국영 상업은행인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tate Bank of India)'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은 인도 시장에서 성장 기반과 영업 역량을 강화해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비즈니스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하나금융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해외 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의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은 첸나이 지점과 구루그람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추가로 2개의 지점을 추가 개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중 가장 빠른 1996년 인도에 진출해 현재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리테일 영업을 확대하면서 자산구조를 다양화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외에 모바일 앱인 쏠 인디아(SOL INDIA)를 출시하고 지속적인 앱 업그레이드를 통해 디지털 금융 전환 및 마케팅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인도 NBFC(Non-Banking Financial Company·비은행 금융회사)시장 내 학자금대출 1위 기업 'HDFC Credila Financial Services Ltd.'와 지분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NBFC(비은행 금융회사) 시장은 인도 금융시장에서 은행과 함께 중요 역할을 담당 하며 주택대출, 차량대출, 학자금대출 등 특화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도 정부의 규제 완화 및 지원 정책에 힘입어 리테일 소매 금융 영역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글로벌 투자 회사들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인도 주요 경제 중심지인 첸나이와 푸네 지역에 신규 지점을 개설했다. 인도 첸나이·푸네 지점은 여∙수신 및 수출입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개인금융 및 디지털금융도 제공한다. 더불어 기존에 진출한 구루구람 지점과 연계해 인도 시장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며 IB, 공급망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현지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해 인도 시장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서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기업금융 서비스를 중심의 사업 확대를 추진하기 위해 인도 '노이다 지점'을 개점했다.
서유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인도 IPO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약 6339만개에 달하는 MSME(Micro·Small & Medium Enterprises)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현지화 전략을 모색하고, 소비재·제조·인프라·금융서비스 등의 유망 섹터를 중심으로 인도 성장 기업을 담은 뮤추얼펀드, ETF 등의 상품 개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도는 약 14억명의 인구 인프라를 갖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으로 세계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지역이자 초대형 신흥 성장국가로 글로벌 대기업 및 국내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곳이다"며, "향후 고객확보를 위한 금융회사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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