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탈자를 마주칠 수 있는 순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오탈자를 마주칠 수 있는 순간

문화매거진 2024-11-30 18:46:15 신고

▲ 오로라 이미지. 많은 오로라 이미지를 봐 오면서 오로라를 정말 보고 싶지만 살아 있는 동안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꿈과 닮았다는 생각에 오로라 이미지를 첨부하게 되었다 / 사진: 구글
▲ 오로라 이미지. 많은 오로라 이미지를 봐 오면서 오로라를 정말 보고 싶지만 살아 있는 동안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꿈과 닮았다는 생각에 오로라 이미지를 첨부하게 되었다 / 사진: 구글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떤 꿈을 꾼 걸까. 흐릿하게 바다의 이미지가 남아있지만 바다 안인지, 밖인지 또는 바다 자체였는지 무엇하나 명확하지 않다. 물은 차가웠는지 따뜻했는지 물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꿈은 침대 바로 옆에 놓인 수첩과 볼펜으로도 기억될 수 없다.

마치 꿈을 꾸고 기억을 못 하는 기분으로 약 2번의 개인전을 지나 보낸다. 2024년은 프로젝트와 전시가 뒤섞이면서 4월부터 쉼 없이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설렁설렁 일지도 모르는 작업실 출근, 리서치라는 명목의 합법적인 인터넷 서핑과 행정업무라는 처음 해보는 컴퓨터 앞에서의 재주. 이렇듯 여러 개의 생존의 삶을 동시에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커피를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하러 가는 순간 외의 모든 순간 머리가 돌아가고 있어야만 했다. (과장이다. 엄청 거세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주말도 없었고 공휴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고3처럼 열심히 산 것은 아니라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쉬지는 않았다. 

그렇게 바쁜 하루들이 쌓여가다 보니 결과라고 보이는 개인전에 도달했다.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면 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었기에 힘들지 않았고 그래서 쉬지도 않았다. 쉬지 않았다가 열심히 했다는 말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제3자가 건네는 ‘쉬어도 된다’는 식의 위로를 종종 듣는다. ‘열심히 했잖아’, ‘안 쉬었잖아’와 비슷한 한마디를 들으면 괜스레 엄청 열심히 한 것 같아 결과가 더욱 아쉬워진다. 

지금은 2회의 개인전에 묻어있는 아쉬움을 닦아내기 바쁘다. 닦아도 닦아도 다시 나오는 거품처럼 아쉬움들은 계속 눈에 밟히는 것들이다. 그나마 직관적인 아쉬움은 내년을 기약하며 툭툭 잘 타일러 돌려보냈다. ‘내년엔 더 잘하겠지.’ ‘이번에는 처음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어떤 아쉬움이 계속 쿡쿡 찌른다. 하나의 전시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어떻게 해도 지워지지 않는 큰 아쉬움이다. 전시를 찬찬히 바라보며 관객을 살펴보고 전시장에 놓인 작업을 작업실에서의 놓임과 비교하는 시간을 다른 일상들과 함께 열심히 흘려보냈다. 전시와 작업은 공부나 책을 읽는 집중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것의 집중은 오히려 쉬는 것과 닮았다. 자고 일어나 보면 보이는 수정사항, 인쇄하고 나서야 보이는 오탈자처럼, 쉬는 시간은 한 줄기 빛처럼 내가 봐야 하는 곳으로 빛을 내리쬘 것이었다. 그것들을 놓치고 만 기분이 든다. 마치 꿈을 꾸고 나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중요한 것들을 모두 놓쳐버린 기분으로 전시장과 내 할 일들 속을 오고 간다. 

최근 을지로 전시 투어를 갔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전시에 집중하는 상황을 다른 사람 전시에서는 조금 더 수월하게 해낸다. 내가 잊은 중요한 것들을 조금이나마 손에 쥔 작가들의 전시를 보는 시간은 지금 나에게 더더욱 소중했다. 계산으로 구현할 수 없는 의미들, 그리고 작업과 작가 사이의 끈끈한 연결, 작업과 작가 사이의 시간들이 어떤 전시에서는 보였다. 설령 그것이 작가의 의도라 할지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수식에는 이미 답이 있고 그 답에는 수식이 있다. 결과와 과정이 연결된 작업들은 전시장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곤 한다. 꿈과 같은 시간 속에 나는 무엇인가를 깨친 사람처럼 연말에 몰려있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으로 풍족하게 보내고 있다. 

기억하지 못하는 꿈을 기억하는 다른 신체 부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꿈이 어딘가에서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꼭 모든 서사를 되뇔 수 있어야만 기억이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