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현대카드가 최근 할부개월 수 축소에 나선 가운데, 이 같은 움직임이 카드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내년 1월부터 자사 신용카드 할부 이용 개월 수를 최대 36개월에서 24개월로 축소한다. 지난 1월 할부 개월 수 확대에 나섰지만 1년 만에 혜택을 줄이는 셈이다.
현재 카드사별 가맹점마다 적용되는 할부 기간은 다르지만 신한카드는 최대 36개월, 삼성·KB국민·롯데카드 등은 24개월까지 적용 중이다.
이중 최근 할부기간을 축소한 사례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보니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불경기 속 고객의 상환능력 저하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며 “할부 개월수가 36개월이면 3년인데 그렇게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아무래도 연체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카드 관계자 또한 이번 조치에 대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할부 이용 개월 수를 예년 수준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카드의 연체율이 업계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할부 개월 축소는 의아한 대목이다. 안전한 카드생활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볼 수 있지만, 소비자 편의 축소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의 올 3분기 기준 연체율은 1.03%다. 동 기간 연체율을 보면 △우리카드 2.45% △하나카드 2.13% △KB국민카드 1.88% △신한카드 1.55% △롯데카드 1.47% △삼성카드 1.03% 등이다. 현대카드는 삼성카드와 함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카드사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연체율이 개선된 가운데 현대카드의 연체율이 악화된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 대부분 3분기 카드사의 연체율은 지난해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우리카드와 현대카드를 제외한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는 모두 연체율이 1년 새 개선됐다.
연체율이 오른 곳은 전년 동기(0.63%) 대비 0.40%포인트 올라 1.03%를 기록한 현대카드와, 전년 동기(2.10%) 대비 0.35%포인트 올라 2.45%를 기록한 우리카드 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배경으로 그간 이어졌던 현대카드의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기조를 지목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그간 정태영 부회장의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로 인해 연체율 0%대를 유지하는 등 건전성 유지를 잘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러나 이번 분기에 연체율이 소폭 상승한 점 등을 고려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카드의 이번 할부 기간 축소가 업계 전반으로 번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36개월 할부기간 자체가 자주 일어나는 거래가 아닌 만큼 타 카드사들의 조정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다.
카드사 관계자는 “36개월, 24개월 할부는 주로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거래가 아니라 필요한 경우 가끔 사용하는 거래인데다 무이자 할부도 아니다”라며 “이에 소비자들의 혜택 축소라기보다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또 애초에 36개월 할부를 시행했던 카드사가 몇 없어 타 카드사의 조정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신용카드 할부 이용건수는 4억9383만2000건으로 1년 전(4억7664만6000건)보다 3.6% 늘었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며 일시불 보다 할부로 나눠 결제하는 고객층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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