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언제 가장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느냐’고 묻자 “초등학교 때 운동회 시작 전 국민의례를 했을 때”라는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발렌티나씨는 “최근에도 다른 학생들과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해 너무 뿌듯했고, 독도 명예주민증 발급도 신청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임상실습을 앞둔 예비 간호사 252명 중 그만 까무잡잡한 피부에 긴 곱슬머리를 가진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아쿠네포 나마카 발렌티나(20)씨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한국에서 무역업을 하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2004년 경기 의정부성모병원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다.
네 살 때 대구로 이사 온 발렌티나씨는 초·중·고교를 모두 이곳에서 다녔다. 그는 “제가 나이지리아 출신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 그런지 추위를 엄청 많이 타요. 대구는 너무 따뜻해서 활동하기가 좋아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지금은 성격이 쾌활한 탓에 개성이 있다거나 이국적이라는 말을 듣지만, 어릴 때는 얼굴이 검다고 놀림을 받아 별명이 ‘초콜릿티나’라고 불려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대학을 다니는 과정이 그다지 녹록지는 않다. 성인이지만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유학생 신분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다. 현행 국적법은 부모 양계 혈통주의(속인주의)에 따라 부모 중 한 사람만 한국 국적이면 자녀는 출생 국가와 상관없이 한국 국적이 부여된다. 발렌티나씨처럼 양부모가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외국인 또는 이민자는 한국에서 자녀를 출산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성인이 된 후 5년을 기다려 귀화 시험을 치르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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