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아파트 경매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대출 규제 강화도 주택 매수세를 억누르며 경매 시장의 한파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강남3구의 고가 낙찰과 외곽지역의 유찰 증가
경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4년 10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80건으로, 이는 2015년 4월 이후 최대치이다.
이는 한 달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로, 고금리 속에서 주택을 매수한 영끌족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매로 내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매 신청에서 실제 진행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므로, 내년에도 경매 건수는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경매 낙찰률도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의 경우 10월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41.3%로 전월 대비 4.3%p 하락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외곽 지역, 특히 노원구 등의 아파트가 두 번 이상 유찰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도 전월 대비 19.1% 증가한 3493건으로 나타나며, 경매 시장의 불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소폭 상승했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를 중심으로 고가 낙찰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이들 지역의 평균 낙찰가율은 각각 강남구 107.5%, 서초구 107.3%, 송파구 101.3%를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강남구 개포주공 6단지 전용면적 60㎡ 경매에는 9명이 응찰해 감정가보다 높은 25억 2600만 원에 매각되었고,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 137㎡ 경매에는 13명이 몰려 감정가를 초과한 39억 5521만 2000원에 낙찰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강남 지역의 주택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매 물건 적체와 향후 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경매 물건이 적체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로 인해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신규 경매 접수 물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경매 시장의 물건 적체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은 주택 매수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9.5로 전주 대비 소폭 하락했으며, 이는 매수 심리가 약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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