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미세환경 제어’로 지속가능한 차세대 촉매 화학 공정 설계
메탄올, 에탄올, 에틸렌을 선택적으로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신재생에너지 활용할 수 있는 전기와 빛을 이용한 촉매 반응
탄소중립 연구는 탄소를 덜 배출하는 것과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전환하는 것으로 크게 나뉜다. 관건은 모든 공정에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얼마나 에너지를 덜 사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냐 이다.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미세환경 제어를 통해 선택적으로 원하는 물질을 얻는 촉매 공정을 설계하는 연구그룹이 있다. 미세환경만 제어하기 때문에 에너지도 적게 들고, 원하는 물질에 필요한 환경만 제어하면 돼서 다양한 화학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도 주목된다. 차세대 촉매 공정을 이끄는 김찬연 교수를 만나봤다.
‘미세환경 제어’ 전략 처음 사용
미국 내 첫 번째 국립연구소인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 2022년 DGIST에 부임한 김찬연 교수는 미세환경 제어로 같은 촉매를 이용하더라도 이산화탄소로부터 에틸렌, 에탄올 등의 연료 화합물 생산을 2.5배 향상할 수 있음을 보고하며(Nature Energy, 6, 1026, 2021) 미세환경 제어라는 방법을 개척한 연구자다. “학위 과정 중에는 촉매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열(heat)로 공급받는 열화학 촉매 및 해당 반응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빛에너지 활용을 연구했습니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에는 연구 범위를 확장해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기형태로 공급받는 전기화학 촉매를 연구하게 되었고, 이때 열화학 촉매를 전공한 연구자로서 기존의 전기화학 촉매 연구 분야에서 제시되던 것과 다소 다른 연구방법론들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세환경 제어입니다” DGIST에서 촉매공정연구실을 꾸린 김찬연 교수는 차세대 촉매 공정을 향한 연구와 인력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실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종래의 화학/에너지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물, 산화질소 등의 공해 물질을 다시금 유용한 화합물/연료로 전환하는 촉매 및 공정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를 소모하는 과정을 거꾸로 되돌림으로써, 지속가능한 화학/에너지 공정을 시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역전환은 보통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게 됩니다. 에너지의 생산은 현재 화석연료로부터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당 요구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부터 공급하지 못하면 결국 더 많은 공해 물질을 배출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의 연구주제는 이러한 전환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쉬운 빛, 전기의 형태로 공급받는 시스템을 다루고 있습니다”
별도의 분리 정제 없이 연소 가스 내 존재하는 저농도 이산화탄소를 직접 전환
김찬연 교수는 ‘촉매 미세환경제어를 통한 Flue to Fuel 합성 전극 개발’ 주제로 2025년 포스코 사이언스펠로십에 선정되며 과제의 참신성과 창의성, 미래비전을 인정받았다. 촉매 미세환경 제어는 김 교수가 개척한 방법론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 이 과제의 핵심은 별도의 분리 정제 없이 연소 가스 내 존재하는 저농도 이산화탄소를 직접 전환함으로써 기술 경제성이 높은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실제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때는 희석된 혼합물인 연소 가스(Flue gas) 형태로 배출된다. 이 때문에 실제 기술의 적용에서는 연소 가스 내 이산화탄소를 분리 정제하는 데에 큰 비용이 들고 또한 원하지 않는 부반응을 수반하게 되어 투입된 전기에너지가 원하는 반응에 쓰이지 못하고 낭비되기도 한다. “본 과제에서는 부반응은 억제하면서도 이산화탄소의 유효 농도만은 높게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반응 환경을 촉매 근처에 선택적으로 설계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촉매 근처에서만 서로 다른 용매를 사용해 이산화탄소의 용해도만을 선택적으로 높이고자 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본 과제는 이산화탄소로부터 ‘올레핀’의 일종인 에틸렌을 생산하고자 합니다. 올레핀은 그 자체가 연료로 사용할 수 있고 석유화학의 쌀로 불릴 만큼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어 그 경제적 가치가 높은 물질입니다”
현재 촉매공정연구실은 미세환경 제어 전략을 이산화탄소의 전기화학적 전환 및 광-열화학적 전환에 적용해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어 전략을 심화함으로써 다양한 생성물 중 특정 생성물을 선택적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종국에는 이산화탄소로부터, 메탄올, 에탄올, 및 에틸렌을 선택적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화학 공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암모니아 합성 촉매 시스템 개발하고 싶어
김 교수는 인류의 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화합물인 암모니아를 언급하며 현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화학 공정을 대체할 지속 가능한 암모니아 합성 촉매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많은 연구자의 꿈이기도 한데요, 제가 새로운 대체 시스템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화학 공정에서 미세환경 제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에 정형화된 분석법이나 실험법이 없어 시간과 노력도 많이 들고 힘들지만,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방법을 제안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결국 우리의 인식과 이해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떨어져 보이는 많은 아이디어가 가지를 타고 올라가면 결국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이 때문에 저는 다양한 분야와 주장들에 열려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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