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AI 기반의 화학 공정설계 시뮬레이션
탄소중립 시대, AI 시대에 발맞춘 최첨단 연구
폐배터리, 폐플라스틱 재활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정시스템 제안
올해 노벨상은 AI가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AI 시대를 선언한 셈이다. 많은 사람이 AI 시대를 예측했지만,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줄 몰랐다. AI 관련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AI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도 관건이다. 이 주제도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사인데, AI를 활용한 화학 공정설계 시뮬레이션을 연구하는 김정환 연세대 교수의 활동이 눈에 띈다. 2016년 이세돌이 알파고와 바둑을 두며 파장을 일으키던 그때, 그도 AI를 활용한 화학 공정 시뮬레이션 연구를 시작하며 관련 분야를 이끌었고, 현재는 선도 연구자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 경험으로 모교인 연세대에 부임
SK이노베이션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거쳐 2023년 3월 모교인 연세대로 부임한 김정환 교수는 산업체와 정부출연연구소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와 인력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다양한 기관을 거친 경험은 연세대 부임에 큰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할 때 생생한 현장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어 학생들의 미래 설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모교에 부임하기도 어려운데, 그가 그 어려운 경쟁을 뚫을 수 있었던 건, 그만의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연구주제와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들어갔을 때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있었고, 그 후로 정부에서도 AI에 관심을 두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 연구의 전환점을 맞았고, AI 기반의 화학 공정설계 시뮬레이션 연구에 다수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기업들의 관심도 커서 매년 20억에서 30억 사이의 과제를 진행하고, 기업들과 자주 교류하며 많은 데이터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자이기도 하지만 후배이기도 한 학생들은 김정환 교수의 이력과 활동에 많은 질문을 한다. “어떻게 대기업에 취업하셨고, 어떻게 연구소에 들어가셨고, 또 어떻게 교수가 되셨어요?” 그의 활동은 학생들에게 롤모델이자 연구의 동기부여가 된다. “처음 수업 준비하며 힘들기는 했지만, 젊은 후배들 학생들과 같이 지내고 같이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즐거운 것 같습니다”
“TEA(기술경제성 평가) 및 LCA(환경성 평가) 기반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정량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배터리 유형별 최적 재활용 공정설계 및 운전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화학 공정 설계에 AI 활용, 2018년 최초 시도
“우리 연구실은 실험하지 않습니다” 그의 연구실 관련 첫 소개다. 연세대 지속가능공정 지능화설계 연구실은 AI 기반의 모델링 설계를 키워드로 크게 4가지 주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양자컴퓨팅 모델링, 효율적 에너지전환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공정시스템, 배터리 자율제조 모델링, 폐배터리나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설계다. 모두 미래지향적인 연구주제로 친환경, 탄소중립과 관련이 깊다. “시뮬레이션하면 친환경적인지, 경제적인지를 먼저 평가해서 최적의 공정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김정환 교수는 자신 연구그룹의 차별화된 점으로 실용적인 데이터를 꼽았다. “제가 2018년에 국내에 아직 기반이 없을 때 AI를 활용한 연구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생산기술연구원에서부터 기업하고 네트워킹이 잘 되어 있어서 실제 기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실제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실제데이터는 문헌데이터와 달리 거칠고 까다로워 다루기가 힘듭니다. 저는 그걸 해결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해왔고, 그 결과 현장성 높은 데이터를 갖춰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경로 최적화 프레임워크 개발
김정환 교수는 최근 ‘TEA와 LCA를 동시에 고려한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경로 최적화 프레임워크 개발’로 2025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에 선정됐다. 그는 선정을 생각지도 못했다며 굉장히 기뻐했다. “실험하지 않고 시뮬레이션하기에 큰 기대는 없었는데,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탄소중립 시대에 쏟아지는 전기차와 그에 뒤따르는 폐배터리는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심사위원들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김 교수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중국과 유럽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빠른 기술개발이 필요한데요, 저희가 만드는 최적화 프레임워크를 통해 재활용 공정 증축 예정인 지역 혹은 국가의 경제성 및 환경성 지표를 고려해 최적 재활용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증축 예정인 공정에 대한 설계 및 운전 가이드라인 지표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기존 상용화된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습식 및 건식 공정으로 나뉘어 배터리의 조성 및 재활용 규모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세부 공정 기술이 상이하며, 이에 따른 경제성 및 환경성도 상이하다. “최근 전기화학적 기반 금속 추출 및 폐배터리 슬러리로부터 직접 양극재 전구체를 합성하는 친환경적 재활용 기술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재활용 용량 및 배터리 양극재 유형(e.g, NCM, LFP)에 따른 정량적인 경제성 및 환경성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효율적인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공정설계 및 운전 최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라며 그는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TEA(기술경제성 평가) 및 LCA(환경성 평가) 기반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정량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배터리 유형별 최적 재활용 공정설계 및 운전에 해당 시스템을 활용하고자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과제는 총 2년이며, 단계별로 통합형 공정 평가 시스템 개발, 재활용 경로 최적화 프레임워크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며, 확장성을 위해 개발될 시스템은 TEA 및 LCA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상용공정 및 개발공정 모델에 대한 Python 기반 라이브러리로 구성될 예정이다. 누구나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며, 사용자가 경제성과 환경성 어떤 것을 더 중요시하는지에 따른 최적의 공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 플랫폼이라 그 활용 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편리한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연구자 되고 싶어”
연세대 지속가능공정 지능화설계 연구실은 실험하지는 않지만, 최첨단 컴퓨터가 즐비하다. 모두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에 수많은 숫자와 싸우며 최적의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의력을 기반으로 코딩하는 작업이다 보니, 저는 학생들이 경직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을 강조해서 인사를 잘해야 하고 학생들 간 교류가 원만해야 합니다. 저는 공부, 실력보다 중요한 게 인성이라 생각해서 이 부분을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환 교수는 친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화석연료는 “안돼”라고만 할 게 아니라, 사람이 사용하더라도, 쉽게 재활용하고, 친환경적인 물질로 돌려놓는 게 과학기술자의 역할인 것 같다며 실용성을 추구하는 연구자로서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를 끝마치며 그는 “배터리 자율제조 연구에 좀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보안 때문에, 데이터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도전해서 배터리 자율제조 공정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연세대에서 국내 최초, 세계 5번째로 양자컴퓨터를 구매했는데요, 이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AI를 넘어선 양자 머신러닝에도 도전해보고자 합니다”라고 도전적인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활동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김정환 교수는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들 것 같은 긍정적 마음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체와 연구소 그리고 교수까지 바쁘게 살아왔고 또 바쁘게 살아갈 세월이지만, 그는 바쁨을 즐기는 것 같았다. 물론 역사가 얼마 안 된 최첨단 분야를 연구한다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긍정적 사고가 그를 그렇게 이끌고 있었다. AI 시대, 탄소중립 시대에 꼭 필요한 화학 공정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그의 연구성과들을 기대해본다.
Copyright ⓒ 이슈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