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라가치상' 작가들,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참여
린롄언 "아이에게 좋은 세상 물려주고 싶어"
(부산=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한국에 와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한국을 소재로 하는 글도 쓰고 있고요. '한국인들이 음식에 진심'이라는 주제를 담은 글을 쓰는 중입니다."
여러 인기 그림책의 이야기를 집필한 작가 다비드 칼리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독자들을 만나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칼리는 이날 도서전 일환으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벌써 한국을 세 번째 방문하지만, 부산에 온 건 처음"이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칼리는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로 2006년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에 선정된 스위스 태생 이탈리아 작가다. 국내에도 '호랑이를 타다', '위대한 유산', '분홍 왕국 파란 똥 사건', '작아지고 작아져서' 등 그의 많은 책이 번역 출간됐다.
칼리는 "지금까지 200권 넘는 그림책의 이야기를 썼고, 30개국 이상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며 "그 나라들 가운데 한국이 제 책의 번역서를 가장 많이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그림책 이야기 작가가 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하던 칼리는 시사 만화가로 일하다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도 쓴 그림책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그러나 여러차례 출간을 거부당하고, 한 출판사로부터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그림이 아쉬우니 그림만 다른 작가에게 맡기자"는 제안을 받았다.
칼리는 당시를 떠올리며 "제가 그린 작품을 본 출판사들은 대부분 이야기는 좋아하면서도 그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며 "결국 출판사의 제안으로 그림은 다른 작가에게 맡겼는데,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칼리는 행사를 마친 뒤 연합뉴스와 만나 "최근 한국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중"이라며 "그들 중에는 저와 연락을 주고받는 분도 있다. 협업하기로 한 한국 작가도 있지만 아직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림책 '집'으로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을 수상한 대만의 린롄언 작가 역시 이날 도서전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통해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린롄언은 최근 한국에 번역 출간된 '숲속 나무가 쓰러졌어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숲속 나무가 쓰러졌어요'는 평화로운 숲속에 꿈꾸던 집을 짓고 살아가던 중 커다란 나무 하나가 쓰러지고, 죽은 나무에서 독벌레와 알이 퍼지면서 숲이 황폐해지는 내용이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 '달시'는 자신의 평화로운 삶에만 안주하며 나무가 쓰러진 일에 무관심하게 지내고,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만다.
린롄언은 "달시는 사실 과거의 제 모습과 같다"며 "저도 많은 잘못된 일에 대해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며 외면하곤 했기 때문"이라고 떠올렸다.
이어 "제가 엄마가 되고부터는 '내가 불편하더라도 아이에게는 최대한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의 배경을 설명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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