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차례로 만나 K-9 자주포와 천궁Ⅱ등 무기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최근 군으로부터 방공무기와 155mm 포탄 등의 보유량과 운용 현황 등을 보고받고 지원 가능 범위와 수준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우크라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EU(유럽연합)도 우리 정부를 향해 무기 지원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변수는 내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강조하고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이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만큼 우리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 특사단, 尹 이어 안보실장 국방장관과 회담.. 무기지원 요청한 듯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을 대표로 하는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27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뒤 신원식 국가안보실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만났다.
우메로우 장관은 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러·북 군사협력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과의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하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외교부, 경제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며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면서 최근 전황과 북한 파병군 동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세부 회담 내용과 국방장관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특사단이 우리 정부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는 대공미사일 등 방공시스템과 자주포, 155mm포탄 등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는 K-9 자주포와 천궁-II(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등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군 파병이라는 변수로 인헤 기존의 인도주의적이고 경제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방식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우리가 지원 방식을 좀 바꿔 나간다"며 "그래서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무기 지원을 하면 저희는 방어 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특사단 방문에 앞서 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이 높은 무기 현황 등을 보고 받은 것도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측 "한국 우크라 무기 지원 우려".. '조기종식' 켈로그 특사 임명
野 "트럼프 휴전한다는데 무기 지원.. 트럼프와 싸우려 해"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가능성이 큰데다 당선인측이 우크라 무기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무기 지원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취임하고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당선되면 취임 전에 해결할 것" 등 발언으로 우크라이나전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계속 끌고 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더 많은 병력을 보내고 있고, 한국은 이제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전쟁을 책임 있게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한국의 개입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확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27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문제를 다룰 특사에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했다.
켈로그는 이번 대선 기간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미국안보센터장을 맡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계획 초안을 작성해온 인물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래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지 여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 참여하느냐에 연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즉, 우크라이나가 트럼프의 종전 추진에 반대할 경우 미국의 지원을 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트럼프가 전쟁 조기 종식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야당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자 측도 조기에 휴전한다고 하는데 그 흐름과 반대로 왜 무기지원, 파병을 이야기하는가"라며 "(무기지원 및 파병은) 미국의 신임 행정부와 '싸워 보자' 하는 태도로 (보여) 일이 커질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왜 저 2억만 리 타국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불꽃을 한반도로 자꾸 끌어오려고 하느냐"며 "우리 외교가 얼마나 위험에 처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정부-EU, 尹 정부에 무기 지원 요구 강화
美 "러 경고는 가스라이팅" EU의회 "韓 무기지원 입장 선회해야" 결의안 채택
반면, 바이든 정부와 유럽연합은 우리 정부를 향해 무기 지원에 나설 것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말도록 한국을 위협한 것에 대해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은 "가스라이팅 성격(It's a little bit of gaslighting there)"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약 1조원 상당의 무기 지원 패키지도 추가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7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7억2500만 달러(약 1조118원) 상당의 무기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미국이 보유한 지뢰, 드론, 스팅어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을 보낼 예정이다. 이르면 내달 2일 이 같은 무기 패키지에 대한 의회 통보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사용 권한'(PDA)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PDA는 미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자국이 보유 중인 여분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인도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유럽의회는 28일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규탄하면서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우회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본회의에서 채택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결의안에서 "우크라이나 방어작전에 상당한 군사적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입장 선회를 요청(seek)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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