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의회가 지난 28일(현지시간)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최소 12개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유효할 이번 법안을 준수하지 않는 업체는 최대 5000만달러(약 45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SMS의 “해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여러 학부도 단체도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어떻게 이 금지 법안이 작용할지, 개인정보 보호 및 사회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아동의 SNS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16세 이상이라는 호주의 이번 SNS 사용 가능 연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아울러 다른 나라와 달리 이번 호주 법안에는 부모의 동의를 받은 청소년도 예외 없이 SNS를 이용할 수 없다.
지난 28일 늦은 시간, 상원은 34대 19표로 통과한 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29일 이른 새벽 다시 하원으로 넘어가 최종적으로 통과됐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앨버니지 총리는 “우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아동기를 보낼 수 있길, 부모가 자신들의 뒤를 지지하고 있음을 알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SNS 플랫폼이 금지 대상인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항은 이후 호주 통신부 장관에 의해 결정될 예정이다. 통신부 장관은 호주의 인터넷 규제 기관이자 이번 금지 조치를 실질적으로 집행하게 될 ‘e세이프티 위원회’의 자문을 구할 전망이다.
미셸 로랜드 통신부 장관은 금지 대상에 스냅챗,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가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정 없이도 접속 가능한 게임 및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은 예외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예를 들어 유튜브는 금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호주 정부는 이번 금지 조치를 집행하고자 연령 확인 기술을 동원할 전망이라면서, 향후 몇 달간 여러 후보 기술을 테스트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연령 확인 절차를 직접 추가하는 것은 SNS 플랫폼의 책임이다.
그러나 디지털 전문가들은 생체 인식이나 신원 정보에 의존하게 될 수도 있는 이러한 기술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비평가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약속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사용자의 실제 위치를 변경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과 같은 도구를 이용하면 이러한 금지 조치를 쉽게 우회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그러나 설령 어린이 및 청소년이 이번 금지 조치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냈을지라도 처벌 대상은 아니다.
한편 비록 제한적인 결과이기는 하나, 이번 조치에 대해 호주 내 학부모 및 보호자 대다수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금지법 제정을 위해 로비 활동을 벌여온 에이미 프리드랜더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들은 오랫동안 그냥 현실에 항복하고 자녀에게 중독성 있는 기기를 사주거나, 자녀가 또래 집단에서 고립돼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 사이의, 절대 선택할 수 없는 이 두 선택지 중에서 고민해야만 했다”며 말을 꺼냈다.
“우리는 아무도 원치 않았으나 표준이 돼버린 삶을 살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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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SNS 사용 및 이에 따르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잘라 내기에는 이번 금지 조치의 칼날이 너무 “무디다”면서 결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인터넷상 규제의 손길이 덜 미치는 공간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 법안 통과 전 짧은 협의 기간 구글과 스냅챗 측은 이번 법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비난했으며, 메타는 “효과 없는” 법안으로, 절대 인터넷을 어린이에게 더 안전한 공간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틱톡은 제출서를 통해 SNS 플랫폼에 대한 호주 정부의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고 불분명”해 “거의 모든 온라인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X측은 이 법안이 앞서 호주 정부가 서명한 관련 국제 규정 및 인권 조약과 양립할 수 없다며 법안의 '합법성’에 의문을 표했다.
또한 일부 청소년 권리 옹호자들은 청소년의 삶에서 SNS가 어떤 역할인지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부족하며, 이번 담론에서 청소년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규제 당국에 조언하는 ‘e세이프티 청소년 위원회’는 “우리 청소년도 우리가 SNS의 부정적인 영향과 위험에 취약함을 알고 있으나 … 해결책 마련에 잇어 우리도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 또한 복잡한 담론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법안의 필요성을 확고히 옹호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29일 “18세 미만 청소년의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고 해서 18세 미만 청소년이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 법안이 완벽하게 시행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우리는 이 법안 제정이 옳은 일임을 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프랑스 의회는 부모 동의 없이 15세 미만 아동이 SNS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했으나, 조사에 따르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VPN을 통해 이 금지 조치를 우회하고 있다.
미국 유타주에서도 이번 호주의 법안과 비슷한 법안을 마련했으나, 연방 판사가 위헌으로 판단하며 뒤집혔다.
이번 호주 법안에 대해 전 세계 지도자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도 최근 호주와 비슷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지난주 영국의 기술부 장관은 유사한 금지 조치를 “고려 중”이라면서도 이후 “지금은 … 아니”라고 덧붙였다.
추가 보도: 티파니 턴불(BBC News,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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