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3년 내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카뱅은 매분기 역대 실적과 자본비율을 기록하며 지방은행과 견줄 정도의 성장력을 증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밸류업 의지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상장 이후 주가는 크게 탄력 받지 못해 온 만큼 성장과 주주환원을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을 거란 우려도 있다. 밸류업 목표는 다소 도전적이라는 얘기다.
밸류업 계획 발표한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지난 26일 ‘2024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장기 전략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카뱅은 중장기 사업 목표로 수수료·플랫폼 수익 연평균 20% 성장 등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카뱅은 오는 2027년까지 자산 100조의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2030년까지는 균형 있는 주주환원정책과 자본효율성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카뱅은 향후 3년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직전연도 주요 시중은행 평균을 상회할 경우 주주환원율을 현행 20%에서 50%까지 확대한다. 오는 2030년까지는 영업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연평균 15%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이날 카뱅 윤호영 대표이사는 “압도적인 트래픽·인게이지먼트를 기반으로 순이자마진(NIM), 플랫폼 등 수익 모델을 최적화해 운영하고 핵심 경쟁력을 글로벌, 투자·M&A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와 적극적으로 나누는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자본효율성을 강화하겠다”며 “인공지능 트랜스포메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의 혁신, 금융의 안정성 강화, 운영의 최적화 등 AI First 전략을 추진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카뱅의 적극적인 성장 기대…역량 갖춰”
카뱅이 인뱅인 데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카뱅의 밸류업 의지는 높이 평가될 만하다. 카뱅은 지난 2021년 8월 코스피(KOSPI)에 상장됐다.
카뱅의 주가는 상장 이후 곤두박질쳤지만 실적은 매년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장 첫날 6만9800원을 시작으로 최고 9만4400원까지 오른 주가는 대주주 사법리스크와 한정된 수익구조 등으로 급락했지만 매년 누적 순이익은 신기록을 경신했다.
밸류업 발표 이후 주가는 현재 2만원선으로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카뱅의 실적과 성장성을 고려하면 밸류업 계획은 긍정적이다. 현재 카뱅의 외형은 지방은행과 견줄 만하다.
올해 3분기 카뱅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3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했다. 보유하고 있는 저원가성 예금 비중과 NIM은 57.9%와 2.17%로 은행권 전체 기준인 37.5%, 1.61%를 크게 앞선다.
카뱅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주요 지방은행을 넘어섰다. BNK금융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847억원, 2908억원이다. JB금융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1489억원, 2497억원이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적극적인 유기적, 비유기적 성장을 통해 공격적인 재무 목표를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투자자들이 카뱅에 기대하는 부분도 적극적인 성장이고 카뱅은 이에 부응할 충분한 기술과 플랫폼 역량, 자본력(자본비율)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주환원 확대 의지에 대해서는 “시중금융지주와 결을 맞추려는 정도로 보인다”라며 “이미 자기자본이 많아(CET1비율 27.4%) 이익의 자본 유보 필요성이 낮은 만큼 주주환원 확대는 자본 효율성 제고와 적극적인 환원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정 연구원은 언급했다.
“다소 도전적인 과제…순이익 현재보다 3배 늘어야”
다만 우려점이 없는 건 아니다. 카뱅이 그동안 성장력을 증명해 내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해내기에는 다소 목표가 도전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NH증권 정 연구원은 “2030년까지 ROE 15% 달성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여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카뱅이) 대출성장은 회사 의지보다 시장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여신보다 높을 수 있는 수신 성장은 자산운용 강화를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한계는 존재한다”라고 짚었다.
이어 “지속적인 AI, 서비스 투자가 필요해 판관비용률(CIR) 하락 여지도 크지 않다”며 “제한적인 이자이익, 판관비 개선 여력 하에서 ROE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이자이익의 10% 수준에 불과한 비이자이익을 큰 규모로 늘려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LS증권 전배승 연구원도 “2030년까지 ROE 15% 달성목표는 매년 20% 수준의 이익 성장과 50%의 주주환원율을 가정해야 실현 가능한 다소 도전적인 과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순이익 규모가 현재보다 3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전 연구원은 “수수료·플랫폼 이익 확대 역시 수수료 수익의 증가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못하고 플랫폼 수익은 2021년 이후 사실상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며 “연평균 20%의 성장률 달성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도 판단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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