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이 뭐라고"… 16년 만에 붙잡힌 시흥 슈퍼마켓 살인범

슈퍼마켓 점주를 살해한 뒤 4만원을 훔쳐 달아난 40대 남성이16년 만에 경찰에 붙잡혀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시흥 슈퍼마켓 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사진=뉴스1

슈퍼마켓 점주를 살해한 뒤 4만원을 훔쳐 달아난 40대 남성이 16년 만에 경찰에 붙잡혀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29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수원지법은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48)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증거에 의해 공소사실도 모두 인정된다"며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는 존귀한 가치를 빼앗는 그 어떠한 것으로도 용납이 안되는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준비한 범행도구로 피해자를 무차별 찔러 살해한 것을 본다면 이는 계획적"이라며 "피해자는 주어진 삶을 다 살지 못해 숨졌고 유족은 그 피해자가 숨진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슬픔을 감내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누리지 못한 삶을 피의자는 16년 동안 누렸고 그 유족은 지속되는 고통의 시간에 살았다"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부착명령에 대해서는 "살인에 대한 경향성이 없어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08년 12월9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 한 슈퍼마켓에 침입해 점주 B씨(당시 40대)를 흉기로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범행 장면이 매장 내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지만 용의자 신원 파악에 한계가 있어 장기 미제로 남았다. 2017년 이후 시흥경찰서 강력 미제사건 전담팀이 재수사에 나서기까지 했으나 그동안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월 경찰은 용의자에 대한 결정적 제보를 받고 7월14일 A씨 거주지가 있는 경남 함안군지역 일대에서 그를 검거했다. 평소 낚시를 즐기던 A씨는 범행 당시에도 낚시가방에 흉기를 소지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B씨 점포에 들어섰다. 슈퍼마켓 계산대 금고를 훔치려 했던 A씨는 B씨가 잠에서 깨자 "돈만 가져갈 테니 가만히 있어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B씨가 저항하자 A씨는 흉기를 꺼내 6차례 목, 복부를 찔렀고 B씨를 살해했다. 그 뒤 금고 안에 있던 현금 3만~4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A씨는 3차례 이어진 경찰 조사에 자신의 범행을 부인해 오다 지난 7월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흉기로 찔렀다. 죄송하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동기에 대해 A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친구 집에서 지내던 중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6일 A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