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사이에서 국내 대형 항공사(FSC)들 마일리지 샵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소멸하는 마일리지를 사용하고 싶어도 부족한 상품군에 도저히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항공사들과 비교하면 국내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샵 상품들이 너무나도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가진 소비자들은 합병전 소비처를 늘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기간 최대 3년까지 연장한 마일리지 만기가 돌아오는 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남은 마일리지를 모두 사용하기 위해 혈안인 상태다. 문제는 마땅한 소비처가 없다는 점이다. 인기 품목들은 직작에 매진 상태며 그 밖에 구매할만한 물건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외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적은 국내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혜택을 두고 마일리지 소모를 위해 염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 대형 항공사 마일리지 샵은 국내보다 혜택이나 상품 수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한공은 KAL스토어에서 7개, 음료·음식 4개다. 또 스카이 샵에서 마일리지를 바우처로 바꿔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아시아나 항공의 마일리지 사용처는 로고샵과 기내면세품 판매샵, 제휴 상품을 판매하는 OZ마일샵 등 총 세 곳이다. 제품 수는 로고샵 6개, OZ마일샵 44개, 기내면세품 167개로 총 217개다. 현재 로고샵은 전체가 품절이고 OZ마일샵 역시 41개 제품이 매진 상태다.
반면 국내 FSC와 비슷한 규모의 에어프랑스(Air France)의 마일리지 사용처 플라잉 블루샵의 경우 무려 3020개의 마일리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도 명품, 와인 등 전통적인 면세품부터 아이패드나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까지 다양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서비스 평가 업체 스카이랙스가 꼽은 1위 항공사인 싱가포르항공 마일리지 샵에는 무려 9878개에 달하는 상품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고급 와인 등 마일리지가 많은 소비자를 위한 제품부터 별로 없는 이들을 위한 커피 가루나 충전기까지 방대한 품목을 자랑한다.
터키항공은 마일리지를 제휴사 상품권을 교환할 수 있다. 그런데 제휴사 중 하나가 글로벌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Amazon)'으로 사실상 원하는 물품 대부분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국내 FSC들은 부족한 마일리지 제품들을 보완하기 위해 호텔이나 영화관 놀이동산 등 국내 기업과 협력해 사용처를 늘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예매하기 하늘에 별 따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의 경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시에 숙박과 테마파크 상품이, 수요일 오후 2시에는 그 외 품목이 입고되지만 그걸 사기 위해서는 '오픈런'까지 해야 하는 실상이다.
한 소비자는 "소멸 마일리지를 사용하라고 독촉은 하고 있지만 정작 쓸 곳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일단 사용할 곳을 먼저 만드는 것이 순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처도 없는 상태로 마일리지를 소멸 시킨 뒤 나중에 기업은 공지했다고 주장하려는 속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마일리지 소멸이 임박한 소비자뿐만 아니라 합병전 마일리지 전부 소모하고 싶은 이들도 많아 더욱이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28일 EU 경쟁당국(EC)은 현지시간 28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승인했다. 이제 미국의 승인만 남아있는 상태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보유한 김지원(37)씨는 "당장 소멸되는 마일리지도 문제지만 남은 마일리지들도 대한항공과 병합 시 어떻게 될지 몰라 빨리 사용하고 싶다"며 "가급적 1:1 비율로 마일리지가 환산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쉽지 않아 보여 그전에 쓰고 싶지만 사용할 곳이 없어 문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이연수익)은 2조5542억원, 아시아나항공의 9819억원이다.
마일리지에 대한 소비자들 불만에 아시아나 관계자는 "마일리지 좌석 약 4500석을 제공할 예정이다"며 "또 OZ마일샵 인기 품목에 대한 수량을 확대하고 다양한 사용처 확대 방안을 마련해서 고객들의 불편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마일리지 사용처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받는 것을 가장 선호하긴 하지만 비행기를 타는 것은 시간까지 고려해야 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조건들이 많다"며 "그러면 마일리지 샵 품목을 늘리는 등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로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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