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석 기자 =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 공권력의 불법적인 행사로 가해진 피해에 대해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적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하더라도 피해에 대해서는 그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현대사의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례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이 또다시 늦춰졌다. 법무부가 서울고법이 이달 7일 이 사건 피해자 13명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고 한다. 상고 마감 기한 하루 전인 28일 상고장을 냈다. 국가의 상고 포기로 판결 확정을 고대했던 피해자 측에서는 '국가가 우리를 이겨서 어떻게 하자는 건가'라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이 소송 1, 2심이 진행되는 내내 '위자료가 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8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1975~1986년 3만8천여명이 수용됐고, 이 중 657명이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후 국가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전국적으로 30건 넘게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이 처음으로 나온 이래 피해자들의 승소가 이어졌으나 정부는 그때마다 판결에 불복해 줄줄이 항소했다.
정부는 국가 소송에서 법규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법원의 의견을 확인하고 다른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는 선례로서 법 해석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통상 대법원까지 판단을 구한다고 한다. 이번 소송도 이 차원에서 상고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그간 관련 소송에서 수용 기간 1년 기준으로 배상금을 8천만원으로 산정한 것도 정부로선 적잖은 부담일 수 있다. 피해자가 3만8천명이나 되다 보니 이들에게 배상금을 모두 준다고 생각하면 예산 부담이 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 형제육아원이 설립되고 1992년 8월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시민과 아동들을 불법 납치·감금해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알려진 지 30여년이 훌쩍 지나 국가 배상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복지원에 수용될 당시 10대였던 피해자들은 소송 중에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국가배상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 배상금 지급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명예 회복은 늦으면 늦을수록 그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bondong@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