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조병규 행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하며 연임이 불발된 가운데 앞서 사퇴론이 불거졌던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 거취에 다시금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과 금융당국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우리금융 조이기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조 행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는데 같은 시기 재임한 임 회장도 안심하긴 어렵다.
임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장에도 나서며 사퇴론을 무마시킨 만큼 거취 문제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다만 손 전 회장과 조 행장의 자진사퇴 행보를 보면 임 회장에 대한 당국의 최종 압박 수위가 관건일 전망이다.
‘자진사퇴’ 조 행장 배경엔
임기 만료 약 한 달을 앞둔 조 행장은 지난 26일 연임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은행장 후보를 선정하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조 행장을 제외한 후보를 두고 논의한 결과 29일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자추위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난 9월말 은행장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했으며 이후 조 행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함에 따라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조 행장은 앞서 연임 포기 사유로 직접 조직 쇄신을 언급했지만 사실상 당국과 검찰 압박이 결정적이었던 걸로 보인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을 이첩 받아 지난 18일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으며 다음날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이는 결국 조 행장의 자진사퇴로 이어졌지만 당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부당대출 의혹이 제기될 당시 임 회장 역시 재직 중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피의자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 회장 사퇴론이 다시금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과 금융당국의 우리금융 조이기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8일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진행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전 회장 관련 불법 대출 검사 과정에서 임 회장과 조 행장 재직 중에도 비슷한 불법이 있었던 걸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더 나아가 이 원장은 해당 부분들을 중점 검사사항 중 하나로 보고 있으며 불법이나 비리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불법 대출건들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됐는지, 이사회 기능은 작동됐는지 등도 점검해 내달 최종 검사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금감원 수장이 직접 무관용 원칙을 거론한 점을 감안하면 이미 물러나기로 한 조 행장 뿐 안이라 현 우리금융 경영진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 전 회장은 증거인멸 우려로 26일 구속심사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됐지만 임 회장에 대해서도 추후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 모르는 일이다.
검찰은 우리금융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18일 이미 임 회장 사무실 역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번 사태와 임 회장과의 관련성도 검찰과 당국이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주목되는 임 회장의 거취
임 회장은 반복된 금융사고로 책임 사퇴론까지 한창 거론되던 상황에서 금융지주 회장으로서는 유일하게 지난달 국정감사장에 섰다. 당시 임 회장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충분히 책임지겠다고 강조했지만 사퇴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사퇴에는 선을 그으며 오는 2026년 3월까지인 임기는 우선 지킨 셈이다.
대신 전 회장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축소하지 않고 정확한 사건의 실체와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협조하겠다고 발언하며 사퇴설이 무마됐는데 이번 조 행장 자진사퇴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그의 거취는 당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에서 보듯 당국이 임 회장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국감 당시 향후 내부통제를 쇄신할 방안들을 약속했다. 또한 이번 금융사고 원인으로 부실한 내부통제와 윤리의식이 부족한 기업문화를 꼽으며 개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현 회장 체제에서도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정황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임 회장은 무관용 원칙을 밝힌 당국의 칼날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이사회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알 수는 없다. 임 회장을 압박한다는 얘기도 처음 듣는다”라며 “임 회장은 지주의 수장으로서 계열사들 간의 시너지라든가 기획 부분에 있어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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