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놀이공원 등에 있는 '귀신의 집(유령의 집)'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앞세워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염증을 가진 사람이 귀신의 집 등에서 공포 체험을 하면 염증 수치가 상당히 낮아진다는 흥미로운 연구가 새롭게 발표됐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이 귀신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귀신의 집에 들어가면 면역계에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뇌, 행동 및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게재됐다.
귀신의 집이나 공포 영화 등 '실제로는 안전하지만 자발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오락'은 스릴과 같은 강렬한 심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나 공포감 조성이 육체에 미치는 이점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많지 않았다.
이에 오르후스대 연구팀은 실제로 덴마크 바일레에 있는 귀신의 집을 방문한 성인 113명을 대상으로 공포 체험이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귀신의 집에 들어간 실험 참여자의 심박수 모니터링과 동시에 스스로 느낀 공포를 측정했다. 이와 함께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직전, 귀신의 집에서 나온 직후, 귀신의 집 방문 3일 후의 혈액 샘플 3종을 채취해 염증 수준과 면역세포 양을 분석했다.
바일레에 위치한 귀신의 집은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참여자들은 살인 광대·부패한 좀비·피투성이 앞치마를 착용하고 전기톱을 휘두르는 인물 등 다양한 공포를 체험했다. 또 귀신의 집 내부에 머무른 시간은 평균 50분 51초, 심박수는 평균 분당 111.1회, 보고된 주관적 공포 수준은 1~9단계 중 5.4를 기록했다.
참여자는 총 113명(여성-69명/남성-44명)으로 평균 연령은 29.7세였다. 이 중 22명의 참여자는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 혈중 염증 마커인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 수치 3mg/L 이상의 낮은 수준의 염증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귀신의 집을 방문한 지 3일 후 낮은 수준의 염증 반응이 검출된 실험 참여자의 82%에서 hsCRP 수치가 약 3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 가까이는 완전히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연구팀의 마크 M. 앤더슨 박사는 "이는 귀신의 집 체험이 염증 수치를 낮출 가능성을 의미한다"면서 "자발적 공포는 면역체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신상태와 염증의 관계에서 구조적인 연결 가능성을 규명한 것일 수 있다. 불안은 악성도가 낮은 만성 염증과 관련이 있는 반면, 공포는 염증의 최고점과 그 이후의 소실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원래 염증이 없었던 실험 참여자는 귀신의 집 방문 뒤 혈중 면역세포인 림프구·단핵구·호산구·호염기구가 감소했으며, 염증이 있었던 실험 참여자는 림프구와 단핵구만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는 오락적 공포 체험이 혈액 속 면역세포와 염증 마커를 재조정해 면역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 메커니즘을 알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연구팀은 공포가 아드레날린 작동성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에서는 아드레날린 작동성 시스템의 역할을 찾고 효과의 지속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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