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국내 양대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물리적 통합이 사실상 완료됐다. 28일(현지시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양사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EC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힌 미국 경쟁당국(DOJ)의 심사만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12월 안으로 최종 거래종결 절차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유럽·미국 등으로 장거리 운항이 가능하거나 기내식과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당 규모의 항공사를 대형항공사(FSC)라고 한다. 국내의 FSC는 2곳,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의 불확실성이 심해지자 2020년 11월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항공운송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가 관여해 FSC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면 세계 10위권 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3분기 기준 여객기 135대, 화물기 23대 등 158대 항공기를,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중인 화물부문을 제외하고 여객기 68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합병 후 항공기는 총 226대로 늘어난다. 여객부문의 경우 글로벌 10위권(2019년 기준 11위)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산업은행은 합병 계획 이유로 "미국과 중국,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1국 1 FSC' 체제를 두는 추세라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가 관여해 FSC를 하나로 만들려는 사례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뿐만은 아니다.
진입 장벽이 높은데다 FSC의 규모가 곧 국가 항공산업의 규모로 직결되는 산업 특성 덕에 2000년대 항공사 간의 인수합병은 흔하게 이뤄졌다.
2004년 미국 7위 항공사 US에어웨이스와 8위 항공사 아메리카웨스트가 합병했다. 2008년 세계 3위 델타항공과 6위 항공사 노스웨스트항공사가 합병했으며, 2010년에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지주사인 UAL이 콘티넨털항공을 인수했다. 2015년은 아메리카항공과 US에어웨이스가 합병해 세계 2위의 아메리카에어그룹이 탄생했다.
또 프랑스의 에어프랑스, 터키의 터키항공, 카타르의 카타르항공은 모두 해당국 유일 FSC로 자국을 대표하는 국적항공사(플래그 캐리어·Fflag carrier)로서 당국이 소유하거나 상당한 지분을 보유 중이다.
특히 2004년 5월 프랑스 FSC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FSC KLM이 합병한 '에어프랑스-KLM'의 사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당시 KLM은 9·11 테러와 이라크전, 사스(SARSR·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지젯 등 유럽의 저비용항공사(LCC)로부터 여객 수요마저 잠식당한 상황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팬데믹을 통한 국제선 여객 수요 급감으로 2020년 12조원의 부채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는 부채비율 2625%가 집계되며 재무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태다. 반면 LCC는 1~5월 전체 국제선 여객수 51.9%를 차지하는 등, 단거리 노선에서 FSC를 압도하는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개입 시도도 두 합병 사례의 닮은 꼴이다. 프랑스 정부의 에어프랑스 지분은 합병 전 54.4%였으나 합병 직후 44%로 감소했다. 외신은 프랑스 정부가 지분 감소를 통해 양사의 합병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분석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에어프랑스-KLM 지분을 추가 매수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프랑스 경제부 장관 브뤼노 르 메이르가 나서 "이해할 수 없고 전례가 없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국책 전략 산업인 항공산업을 지켜내야 하는 까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밀고 있다.
대한항공이 팬데믹 기간 화물부문을 통해 차곡차곡 여윳돈을 쌓은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떠안을 여력이 충분하는 논리에서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을 감내할 충분한 재무완충력을 보유하고 있어 대외 신용도에 미칠 중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정부를 뒷배 삼아 국내 항공 시장을 독과점한다는 우려가 불가피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적자를 감당하면서 글로벌 항공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대한항공만이 유일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에어프랑스가 합병을 통해 합병 첫해 수익을 50%까지 끌어올리고 유럽 내 항공시장 점유율도 25%까지 높인 것처럼, 대한항공도 세계 10위권 규모의 매가캐리어 항공사로 얼마나 높이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3월 대한항공 창립 55주년 기념사에서 "오랜 시간 많은 고민을 담았던 과정이 마무리되고 나면 우리 모두 역사적인 다음 페이지의 서사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조원태 회장은 두 FSC의 합병을 단순한 기업결합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