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조창용 칼럼니스트] 재벌들의 편법 경영승계 수법은 2000년 이전 2세대 부터 차곡차곡 준비해왔던 바 그 핵심엔 이사회가 있다. 이사회 내의 비밀스런 구성원들의 협조하에 내부거래를 통해 3세의 경영승계를 서서히 아주 조금씩 준비해오다 갑자기 초고속 승진을 통해 마각을 드러내는 게 전통적인 편법승계의 방식이다.
이사회 구성과 운영의 불투명성은 이런 편법 승계를 용이하게 하려 함이 목적이다. 고의로 그런것은 아니지만 현 조세법 체계에선 상속이나 증여세가 과중하므로 승계자금 마련에 여러가지 수법이 동원될 수 있다.
최근 더벨의 분석에 따르면, 오리온그룹 이사회는 소수의 이사회 인원만으로 제과를 넘어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슬로건을 실제로 달성하겠단 전략이 엿보인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역량 매트릭스 BSM(Board Skills Matrix)은 홈페이지에 상세히 공개했다. 다만 해외 또는 신사업을 담당할 전문역량을 갖춘 이사가 누구인지는 BSM을 통해 확인하긴 어렵다. 오리온홀딩스 이사회는 상대적으로 '견제기능'이 미흡하다. 사외이사를 오로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로부터만 추천을 받고 있으며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별도 회의 역시 2023년 동안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정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부적격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은 구체적으로 마련됐지만 내부거래 적격성 심사는 이사회에 위임한 상황이다. 통상 내부거래위원회를 운영해 해당 위원회가 내부거래 업무를 전담하는 게 투명성과 견제기능을 높이는 길이다.
총주주수익률(TSR)이나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따라 임원 보수 지급하는 규정도 명문화 돼 있지 않았다. 책임경영을 맡은 등기이사의 평균연봉이 미등기이사를 웃돌긴 한다. 다만 오너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약 10억원 후반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가 이뤄지지 않기에 이를 공개하지도 않으며, 평가 결과를 개선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ESG 등급은 A등급을 받았지만 이를 전반적으로 무색하게 만드는 프로세스를 갖춘 셈이다.
이에 오리온그룹 3세 담서원 상무의 경우 부모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어머니 이화경 부회장의 ‘부모 찬스’에 힘입어 입사 후 1년 반에서 3년 사이에 임원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담서원 상무는 1989년생이다. 오리온 입사부터 임원이 되기까지 1년 반도 걸리지 않았다. 2021년 7월 오리온의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1년5개월 만인 이듬해 12월 인사에서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임원이 돼야 비로소 지분이익을 나눠줄 수 있기 때문에 초고속이 필요했다고 추정된다.
담 상무는 올해 오리온이 해외법인을 통해 지분을 인수한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도 합류했다.그는 오리온 입사 전 스타트업,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등을 거쳐 2021년 오리온 그룹 경영지원팀에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실무를 담당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는 일반사원으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았으며, 2022년 4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오리온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맺은 ‘Kakao i LaaS 물류 시스템 공동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담 상무는 2023년 12월 인사에서 경영관리담당 상무 자리에 올라 오리온 그룹 국내외 법인의 경영전략, 사업계획 수립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하며 그룹 성장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올해 3월 말부터는 계열사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리가켐바이오의 주요 경영 사안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리온이 인수한 리가켐바이오는 의약화학 기반 신약연구개발 회사로서 ADC분야에서 차별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월 얀센으로부터 받은 기술이전에 대한 선급금 1300여억 원 중 257억 원을 3분기 수익으로 인식하며 113억 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10월에는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현재까지 공개된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 규모만 9조 6000억 원으로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도 급상승하며 오리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대한 가치가 9월 말 종가 기준으로 인수 당시에 비해 63% 증가했다.
지난 14일 오리온은 분기 보고서 공시를 통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감소한 137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비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배경은 카카오·설탕 등 원부재료 가격 및 인건비, 시장비 등 제반 비용이 상승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오리온에 호재도 있다. 2024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 2조2415억 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첫 ‘연 매출 3조 원’ 고지를 코앞에 둔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이 2조9124억 원을 기록했는데 2024년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6% 증가했다는 점에서 2024년 연 매출이 3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오리온홀딩스는 2023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 2조9538억 원, 영업이익 4055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0.7%, 영업이익은 1.4% 증가했다. 오리온홀딩스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오리온을 최대주주로 맞이한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 핵심 인물들을 이사회에 올린다. 오리온그룹 허인철 부회장을 비롯해 딜의 실무를 주도한 김형석 전무가 포함됐다.
오리온그룹 오너 3세 담서원 상무도 이사회 후보로 올라 눈길을 끈다. 그는 딜을 최종 확정하는 자리에 동석했을 정도로 이번 M&A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오리온에 입사 후 주로 신사업 발굴을 맡았던 그는 레고켐바이오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레고켐바이오는 오는 29일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오리온과 M&A 딜을 발표한 이후 열리는 첫 정기주총이다.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가 된 오리온에서 이사회 3인 선임 권한을 쥐었다. 오리온 오너 3세 담서원 상무와 허인철 부회장, 김형석 전무가 사내이사에 오른다. 오리온의 핵심 인물이자 이번 딜을 주도한 주역들이 레고켐바이오 이사회에 포진하게 된 셈이다.
허 부회장과 김 전무는 오리온의 바이오사업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 또 오리온의 신사업 발굴 업무를 통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담 상무도 이사회에 참여케 됐다는 데 주목된다.
오리온 측 인물로 사내이사 3인을 구성케 되면서 자연스레 기존 레고켐바이오 인사가 축소됐다. 사내이사 중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사장(COO·CFO)은 재선임될 예정이다. 대신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조영락 부사장(개발본부장)은 이사회에서 내려온다.
사외이사로는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가 추천됐다. 오리온과 레고켐바이오 양측과 모두 연이 깊은 투자사다. 이외 기존 맹필재 사외이사는 파멥신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지난 2월 사임했다. 송락경 사외이사는 직을 유지한다.
표면상 사내이사 수는 오리온 3인, 레고켐바이오 2인으로 오리온 측이 더 많다. 하지만 이는 오리온그룹의 실질지배력을 갖기 위한 절차적 의미일 뿐 레고켐바이오의 독립경영과는 무관하다는 게 양측 입장이다.
오리온은 M&A 계약으로 레고켐바이오 지분 25.73%를 취득한다. 상법상 계열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분율은 30% 이상 소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인정할만한 이사 선임권한이 입증돼야 한다. 오리온과 레고켐바이오의 경우 지분율이 30% 이하인 만큼 이사회 과반 이상을 오리온 임원으로 구성하면서 실질 지배력을 갖췄다.
지분이나 이사선임 권한과는 별개로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기존 경영진들에 대한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가 추후 지명할 후계자까지도 지명까지 현 경영진이 할 수 있도록 약속했다. 레고켐바이오의 경영전략이 급격히 달라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미다.
사내이사로는 단연 오리온 오너 3세 담 상무가 눈에 띈다. 1989년생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하다가 2021년 오리온그룹에 합류했다. 초고속 승진으로 입사 1년 반만에 상무 직함을 달았지만 아직 오리온그룹 이사회에는 적을 두고 있지는 않다.
담 상무는 레고켐바이오를 통해 처음으로 계열사 이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회사의 주요 경영 논의와 결정에 참여해 경영능력을 쌓을 것으로 전망된다.
담 상무는 경영관리팀을 총괄하며 오리온의 신사업 발굴에 전념하고 있다. 이번 딜은 신규사업팀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담 상무 역시 최종적으로 딜을 마무리 하는 자리에 동석할 정도로 상당히 깊이 관여했다. 향후 바이오 사업을 담 상무에게 일정부분 맡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한편, 담 상무의 경우 올해 3월 증여세 완납에 따라 세무서 공탁이 해제돼 후계승계를 방해물 중 하나인 세금 족쇄에서 풀려났다. 그는 지난 2018년 담 회장으로부터 오리온 주식 43만3846주를 증여받고 1%대 지분을 확보하면서 세금 연부연납에 따른 공탁과 주담대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증여세 연부연납을 신청하면 5년간 6번에 걸쳐 증여세를 나눠 낼 수 있지만 주식을 담보로 맡겨야 한다.
구체적으로 담 상무는 자신의 ㈜오리온 주식을 성북세무서에 맡기고 증여세를 분할해 납부했다. 증여세 납부와 함께 세무서에 맡긴 ㈜오리온 공탁 주식 수는 2021년 3월 19만73330주, 2023년 1월 13만410주로 점자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다 올해 3월을 기점으로 담보가 완전히 해제됐다. 남은 세금을 완납하면서 공탁계약이 해지되자 더 이상 주식을 담보로 맡길 필요가 없어진 까닭이다.
담보대출을 추가로 늘려 세금을 완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주식담보 추가대출→ 증여세 완납→ 세무서 주식담보 해제’ 사이클이다. 담 상무는 2023년 12월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60억원 추가 대출을 받아 총 담보대출액이 287억원에서 346억원으로 늘어났다. 추가 대출을 일으키면서 담보로 맡긴 ㈜오리온 주식 수는 기존 35만6499주에서 41만2499주로 증가했다.
담 상무의 경우 담보유지비율이 110%로 높지 않다는 점도 안도할 만한 포인트다. 예를 들어 담보유지비율이 170%라는 건 100억원을 빌렸을 시 주식평가액이 170억원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가치 평가액이 작아져 주식 추가납입이 필요하다.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를 공동담보로 346억원을 빌린 담 상무의 경우 주식평가액이 380억원에 도달해야 한다. 지난 5일 기준 담 상무가 맡긴 오리온·오리온홀딩스 주식가치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담 상무는 향후 회사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을 통해 순차적으로 담보대출을 갚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그룹에 따르면 2022년 결산기준 오리온홀딩스는 1주당 700원, 오리온은 1주당 950원을 각각 배당했다. 이를 통해 담 상무가 수취한 배당액은 약 10억원가량이다. 2023년에는 1주당 오리온홀딩스 750원, 오리온은 1250원을 배당하면서 담 상무는 약 11억70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분석된다.
담 상무의 현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2022년 9월 말 기준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 최대주주는 담 회장의 배우자 이화경 부회장(32.63%)이다. 이어 담 회장이 28.73%의 지분을 보유한다. 담 상무 지분율은 1.22%다. 담 상무가 쥔 사업회사 오리온 지분율은 1.23%다.
당시 공시한 2022년 결산배당 기준 담 상무는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에서 총 10억원가량을 배당금으로 지급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오리온홀딩스의 지난 10일 종가(1만 5590원) 기준 약 6만 4000주를 매수할 수 있는 액수다. 지분 0.1%에 그치는 규모다. 배당과 보수로 지분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지분 증여가 승계를 위해 필수적으로 분석된다.
당장 배당 등으로 마련한 자금의 경우 오리온재단에 출연할 실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담 상무는 2015년 개인 회사를 통해 '랑방아이팩'을 매각해 벌어들인 차익 85억원을 오리온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담 상무는 2019년 7월 오리온재단에 현금 10억원을 기부했다. 2015년 30억원 등 지금까지 40억원을 출연한 셈이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공익 목적 사업의 경우 진행 기간 안에 출연금을 소진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며 "담 상무가 순차적으로 기부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담 상무의 누나 경선씨가 사업회사에 근무하지 않는 점은 담 상무 쪽으로 후계구도가 굳어가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경선씨의 오리온, 오리온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0.6%, 1.22%다. 오리온홀딩스 지분율은 담 상무와 동일하다. 다만 경선씨는 오리온그룹 사업에는 관여하지 않고 그룹 공익법인인 오리온재단 상임이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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