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금융거래 환경이 인터넷·모바일 등의 온라인 기반으로 재편되면서 은행권이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있다. 이에 최근 5년동안 사라진 은행 점포가 1100개를 넘어서면서 금융당국이 고령자와 장애인 등,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접근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공동점포·고령층 특화 점포·편의점 점포 등을 통해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소외 현상 해소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점포수는 총 5690개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5년동안 총 1189개의 점포가 폐쇄됐으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전체 폐쇄 점포의 69%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 점포 폐쇄율이 26.3%(276개)로 가장 높았으며 △우리은행(24%·210개) △신한은행(22.9%·201개) △하나은행(18.8%·136개)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점포가 708개(19.3%), 비(非)수도권 점포가 481개(15.6%) 폐쇄됐다.
금융의 디지털화 비대면 거래의 증가로 오프라인 영업점이 감소세에 있기 때문으로 우리나라의 인구당 은행 점포수는 주요국을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인구(성인) 10만명 당 은행 점포 수는 12.7개로 OECD 국가의 평균인 15.5개를 밑돌고 있다. 반면 미국은 26.6개, 일본이 33.7개로 다수의 소규모 은행이 지역금융을 담당해 인구 당 점포수가 많은 편이다.
지점뿐 아니라, ATM까지 줄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국내 은행의 ATM 수는 총 2만7157개로 지난 2019년 말의 3만6464개와 비교해 9307개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점포축소 추세 등으로 소비자의 금융접근성 저하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것은 금융산업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라는 점을 인식하고,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와 실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행권은 점포가 통폐합된 지역에 타 은행과 공동점포를 개점하거나, 전국 방방곡곡에 펴져 있는 편의점 점포망을 활용한 특화점포를 개점해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2022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공동점포를 개점한 것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 △KB국민은행·BNK부산은행 △하나은행·우리은행 △KB국민은행·한국씨티은행 등이 영업점이 부족한 지역에 공동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각 지역 골목골목마다 위치한 편의점을 활용한 대체점포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노브랜드(No Brand)·이마트24를 중심으로, 신한은행은 GS리테일, 하나은행은 BGF리테일(CU), 우리은행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과 약 50가지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한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폐쇄점포를 활용하거나 고령층을 위한 특화점포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폐쇄점포를 활용한 신개념 점포인 '하나 톡톡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폐쇄된 점포인 경기도 안산시 소재 ‘상록수지점’을 리모델링해 은행 업무는 물론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기능까지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중∙장년층 고객의 업무 편의성 향상과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시니어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8월부터는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로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비(非)수도권 지역 시니어 고객을 위해 '어르신을 위한 움직이는 하나은행'도 시행했다.
우리은행은 점포 폐쇄지역에 고령층 특화 영업점인 '시니어플러스영업점'과 디지털데스크·키오스크·ATM 등, 디지털 기기로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EXPRESS점'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서울시 내에 고령인구가 많은 5개 행정구의 어르신 복지관과 협력해 찾아가는 은행인 ‘KB 시니어 라운지’를 오픈했으며, 신한은행도 고령층 고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에 '시니어 디지털 특화점포'와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점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전영향평가 등을 통해 고객 이용편의를 우선 고려해 조정 대상점을 결정하고 있다”며,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특화점포를 신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점포 축소에 따른 불편 최소화를 위해 창구제휴, 공동 ATM 등의 대체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조수단 운영과 고령자 교육확대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 4월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으며, 시각장애인 응대맨얼 마련, 카드사 점자카드 발급 관행 개선 등을 비롯해 인공지능(AI) 금융상담 불편사항 개선, 모바일 금융앱 간편모드 전(全)업권 확대, 장애인 관련 업무맨얼 정비 및 실효성 제고, 장애유형별 지원 인프라 확충, 고령자 디지털 금융교육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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