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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지적이고 상당히 경험 많은 사람”이라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미국과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대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KS)를 발사하도록 허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해 트럼프 행정부에 “추가적인 어려움”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취임하는 즉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전날 러시아·우크라이나 특사로 종전 계획안을 설계한 키스 겔로그 예비역 중장을 지명했다. 가디언은 “일부 트럼프 주변 인사들이 내세우는 친러시아적 수사를 하지 않고 평화회담을 추진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늘려나가는 계획을 언급한 바 있는 인물의 임명은 안심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러시아와 미국의 미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질문에 1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선거 기관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두 번의 암살 시도를 언급하며 “그가 지금 안전하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불행히도 미국 역사에서는 다양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나는 트럼프가 지적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조심하고 이 점을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굴욕적이고 근거없는 사법 절차”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오레슈니크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의사결정기지’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결정기지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나 정부부처, 의회, 혹은 국방부 시설 등을 의미할 수 있다. 의사결정기지가 군사적인 의미인지 정치적인 의미인지 명확히 해달라는 질문에 푸틴은 “소련에는 날씨예보에 대한 농담이 있다”며 “오늘 낮에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3개월이 지났지만,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는 방공망에 의해 강력히 보호돼 러시아가 이들 기관을 타격한 적은 없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 러시아 영토를 향해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미사일인 에이태큼스를 처음으로 발사했다. 러시아는 이틀 후인 우크라이나 도시 드니프로를 향해 오레슈니크를 발사해 대응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부에 따르면 이 미사일에는 탄두 6개가 장착돼 있고 각 탄두에는 소형 폭탄 6개가 들어 있었다. 이에 따라 미사일 하나만 발사해도 여러 곳을 타격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무기가 마하 10, 초당 2.5~3km 속도로 날아가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에서도 이 미사일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무기가 한 곳에 여러 번 사용되면 “핵 공격과 비슷한 강도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 핵탄두가 장착돼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완전한 허구”라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푸틴은 군사적인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그는 킨잘 미사일(극초음속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여러 번 했지만, 패트리어트, 심지어 최신 세대가 아닌 시스템조차 킨잘을 편안하게 격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멈췄다”고 말했다. 포돌랴크는 또 오레슈니크는 단순히 기존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약간 변형한 버전이라며 “푸틴은 그저 이름을 생각해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모든 ‘파괴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어떤 무기를 동원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예를 들지 않았지만 핵 무기 사용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서방 정부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 전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제공을 제안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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