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예람 중사 향한 2차 가해가 "적극 비방 아니다"는 법원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고(故) 이예람 중사를 허위사실로 비방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중대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범행 전 전과가 없었으며 이 중사를 적극적으로 비방하려던 것은 아니라는 이유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 설범식)는 28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비) 중대장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담당 군검사로서 사건 처리를 지연시키고, 이 중사 사건을 은폐하려 허위 보고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 중위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대대장 김모 중령에게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중대장은 이 중사가 성폭력 피해 신고 이후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으로 인사 조처되자 15비 소속 중대장 A씨에게 '이 중사가 좀 이상하다. (20비)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 한다'며 허위 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사는 이동한 부대에서도 2차 가해를 겪다 목숨을 끊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중대장의 2차 가해를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또한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거나 일상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게 어렵게 만든다. 별것 아닌 일을 신고해 확대시켰다는 가해자의 변명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2차 가해에 해당한다"며 "이를 들은 A씨는 부대원들에게 전파해 주의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 사건 발언이 15비 내에 전파될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피해 사실, 심리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채 부정확한 소문이나 단편적인 인상에 기초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전파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범행 이전에 전과도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양형이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며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박 중위에 대해선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정황을 알면서도 수사를 소홀히 하고 허위 보고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박 씨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주된 원인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자신의 불성실한 직무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20비 대대장으로서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차단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김 중령에 대해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방지 조치 의무를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허위 사실을 보고했다거나 허위 보고의 고의가 합리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중사 유족들은 재판부가 가해자에 대한 온정적 판결을 내렸다고 분노했다. 이 중사의 부친인 이주완 씨는 28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왜 가해자의 입장에서만 양형을 참작하고 죽은 사람의 억울한 마음은 참작해주지 않나. 사법체계가 군 내 성폭력의 2차 가해자들에게 잡범 수준의 처벌밖에 내리지 않는다"며 "(엄벌을) 기대한 만큼 실망감이 너무 크다"고 성토했다.

이 씨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김 전 중대장의 형량을 줄인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범죄를 저질러 전과가 생기면 군대에 갈 수 없는데, 초범이라서 감형이 필요하다는 건 민간 법원이 군대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이 유족들에게 사과 한번 하지 않았음에도 반성한다는 이유로 감형한 점도 납득할 수 없다. 아버지로서 2심 재판을 납득할 수 없어 상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검도 당연히 상고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20비 소속이었던 고 이예람 중사는 2021년 3월 당시 선임이었던 장모 중사로부터 군대 내 성추행을 당했으며, 이를 신고한 뒤에도 주위 상사들로부터 2차 가해를 겪다 같은 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국방부가 수사에 착수했으나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2022년 꾸려진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부실수사에 연루된 전익수 당시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8명을 기소했다.

▲7월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이예람 중사 봉안식에서 유가족이 봉안 전 고인의 유골함을 마지막으로 끌어안고 있다.ⓒ연합뉴스(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