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염재인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탄생이 임박했다. 대한항공은 EC 승인 내용을 미국 경쟁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 연내 거래종결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28일 EU집행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 심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시한 이후 4년여 만에 합병 과정을 사실상 마무리하게 됐다.
EC는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유럽 4개 노선이탈리아 로마·프랑스 파리·스페인 바르셀로나·독일 프랑크푸르트) 이관과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여객과 화물 부문에서 각각 시장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항공은 유럽 노선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하고 항공기와 운항승무원, 정비 등을 다각도로 지원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3분기부터 4개 노선 운항에 나선 상태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의 경우 에어인천에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이행 조건을 충족했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과 결합 절차를 마무리해 내년 7월 1일 첫 운항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인 법무부(DOJ)에 EC의 최종 승인 내용을 보고한 상태다. DOJ의 경우 양사 합병에 대해 별도로 승인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 DOJ가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EC의 최종 승인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사실상 심사 마무리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이라는 것은 사실 내년에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EC가 최종 승인한 상황이고, 미국 경쟁당국도 아직까지 소송을 하지 않았다"며 "양사 기업결합 결과가 크게 뒤집힐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이 주요 노선과 사업을 포기하면서까지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항공업 구도와 관련이 있다. 최근 글로벌 항공업계는 네트워크 경쟁력을 가진 '메가 캐리어'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LCC'로 양극화된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이 이들 항공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계 구도 재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합병 추진도 이 같은 업계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제 회사는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 등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12월 안으로 최종 거래종결 절차를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제3자 배정방식으로 1조5000억원을 투자, 아시아나항공 주식 1억 3157만 8947주(지분비율 63.9%)를 취득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합병으로 인한 항공료 인상 등 독과점에 대한 부분은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것이 회사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운임 인상 우려와 관련해 "글로벌 항공시장에서는 통합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인상하기 불가능한 구조"라며 "기업결합 심사의 목적은 양사 결합 이전의 경쟁 환경이 유지될 수 있도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행태적 시정 조치에도 향후 10년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운임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부연했다.
인력 구조조정 우려와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밝혔듯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향후 통합항공사의 사업량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필요한 인력도 자연스럽게 늘기 때문에 인력 통합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간접 부문에서는 일부 중복 인력 발생이 예상되지만, 직무 재교육 등을 통해 인력 재배치를 실시해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일리지 제도 통합에 대해서는 "양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기간 동안 각 사의 사업 전략에 따라 독립적으로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통합 항공사 출범 시기에는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통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에게 있어 양사 마일리지 간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비율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하고, 공정위 등 유관 기관과도 충분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사 기업결합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이들 자회사인 저비용 항공사(LCC) 간 통합에도 관심이 쏠린다. 합병이 현실화된다면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 LCC'가 출범한다면 국내 LCC 업계 구도는 뒤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 이용객 수로 살펴볼 때 국내 LCC 중 해당 기간 여객 수가 가장 많은 항공사는 제주항공(703만8934명)이지만, 통합 LCC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이용객 수를 합할 경우 총 1052만9350명으로 단숨에 제주항공을 뛰어넘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LCC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단 규모 확대와 원가 경쟁력 확보가 필수임에 따라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3사의 통합 운영이 바람직하다"며 "통합 LCC 출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및 계획은 향후 LCC 3사가 상호 협의해 수립·추진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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