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법령에 있는 내용 담은 것 뿐" vs "다양성 가치 후퇴"
(홍성=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충남도의회가 도서관 자료 심의를 강화하는 조례 개정에 나서자 시민사회단체가 "도서 검열의 제도화"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관계자들은 28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남도의회는 도서 검열을 정당화하는 조례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도의회에 따르면 이상근(홍성1·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도의원 26명은 지난달 '도서관 및 독서문화 진흥 조례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충남도서관장은 자료선정실무위원회를 구성해 자료를 심의해야 하고, 반국가적·반사회적·반인륜적 내용의 자료가 반입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어린이·청소년 도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발달 단계,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선정하고 유해 여부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간행물윤리위원회에 확인을 요청하거나 도서관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료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 이유로는 최근 도서관 어린이·청소년 도서 가운데 일부 내용의 유해성 논란이 제기돼 도서관 자료 선정·이용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자료 선정과 이용 제한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규정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지난 8월 비슷한 내용의 조례 개정이 추진됐으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폐기됐다가 지난달 다시 발의돼 다음 달 3일 상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 개정안은 도서 검열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맞섰다.
특히 지난해부터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가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폐기하거나 열람 제한하라고 계속 요구해왔고, 이에 충남도가 성평등·성교육 도서 36권을 열람 제한 것과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관계자들은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들은 이미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서노동자가 선정한 책"이라며 "오로지 도서를 제한하는 역할만 하는 자료선정실무위원회가 어떻게 어떻게 다양성을 반영하고 장서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성평등·성교육 도서는 검열할 게 아니라 독자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적절한 지원 속에서 관련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도의회가 보수 세력에 동조해 검열을 제도화하는 것은 이 사회의 성평등·성교육 가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상근 의원은 "충남도서관 자료선정심의위원회는 이미 도서관에 있는 기구로 이번 조례에 담아 명확히 한 것"이라며 "30명 이상이 서명할 경우 간행물윤리위원회에 청소년 유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 역시 상위법에 있는 것을 조례에 담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반사회적·반국가적 등의 표현은 조례에서 빼기로 했다"며 "상위 법령에 있는 내용까지도 조례에 넣지 말라는 것은 도의원의 입법권을 과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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