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삼바에피스, 시밀러 넘어 신약 개발 본격화

셀트리온·삼바에피스, 시밀러 넘어 신약 개발 본격화

뉴스웨이 2024-11-28 16:55: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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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찬희 기자
국내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기업 '투 톱'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본격적인 신약 개발 사업에 나선다. 두 회사는 내년 임상 1상 시험계획서 제출을 목표로 후보물질 탐색과 전임상 단계를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 ADC 신약개발 집중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7일 홍콩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강한 신약 개발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서 회장은 "이제 투자자들이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 전문회사가 아닌 신약 개발 회사로 봐주길 바란다"며 "특히 오리지널 의약품인 짐펜트라 미국 진출을 발판으로 2027년 연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5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월드 ADC 2024'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파이프라인 2종을 공개했다. 셀트리온이 신약 개발 성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와 임상을 중단한 흡입형 코로나 치료제 'CT-P63', 'CT-P66' 이후 처음이다.

이번에 국제학회에서 비임상(동물실험) 연구 결과를 발표한 신약은 'CT-P70'과 'CT-P71'로 모두 고형암 치료를 타깃으로 개발 중이다. CT-P70은 비소세포폐암(NSCLC)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암세포에서 활성화되면 종양의 성장을 유발하는 'cMET'(세포성장인자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다. 회사에 따르면 CT-P70은 시험관 및 생체 내 cMET 발현 폐암·위암에서 종양 억제에 효과를 보였으며, 독성 시험에서도 충분한 안전성을 확인했다. 기존 MMAE(Monomethyl Auristatin E) 페이로드(Payload, 세포독성항암제) 기반 경쟁 ADC 약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함께 공개된 CT-P71은 방광암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ADC 치료제로, 종양에서 관찰되는 넥틴-4(Nectin-4)를 표적으로 한다. CT-P71은 비임상 연구에서 방광암·유방암·폐암의 종양 억제에 효능을 나타냈고, 독성시험에서 우수한 안전성을 보였다. 기존 넥틴-4 표적 ADC에 비해 보다 개선된 치료 옵션의 가능성을 나타냈다.

셀트리온은 이달 공개한 2종의 ADC 치료제 시작으로, 후속 ADC 치료제와 다수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내년에는 ADC 파이프라인 3종과 다중항체 1종에 대한 임상시험을 개시하며, 본격적으로 신약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6개 파이프라인 중 2개 정도는 성공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내년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진 CT-P70과 CT-P71 외에 ADC 신약 1종과 이중항체 신약 1종에 대해서도 내년 임상 1상 계획서를 낸다는 방침이다.

최근 수장을 교체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내년부터 본격적인 신약 개발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ADC 신약 파이프라인 4개와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 1개를 진행 중이다. 이중 ADC와 유전자 치료제 1종씩에 대해서 내년 IND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7일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신임 대표이사 사장 내정 사실을 알리며 설립 13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이사 교체를 예고했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바이오 신약 개발 수석연구원 출신으로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해 시밀러 개발, 공정, 품질, 인허가 등 사업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김경아 사장은 서울대 약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독성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21년 9월 삼성바이오에피스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8종이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13년 만의 수장 교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규 사장 취임 이후 본격적인 신약 개발 행보를 보일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이 사장 취임 이전 개발본부장을 맡는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문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신임 사장 취임 이전에도 신약 개발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방향성 변화가 있는 건 아니고, 일단 남은 시밀러 과제에 주력 해야한다"면서도 "신임 사장이 개발본부장 출신 CEO이니 기술력을 더 고도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7년 일본 다케다제약의 급성췌장염 신약('SB-26') 개발에 참여했지만, 지난 2020년 임상 1상 종료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올해 들어서는 자체 신약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유전자치료제와 ADC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진행 중이다. 유전자치료제는 자체 개발로, ADC는 공동개발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희소질환을 표적한 다수의 유전자치료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발굴했고, 올해 들어 동물실험 등 전임상 단계에 들어갔다. 간·대사질환 등 희소 질환을 타깃으로 전임상을 마치고 내년 IND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특정 적응증이 구체화 된 상황은 아니다.

ADC 신약 개발은 투자와 공동연구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으로 1700억원을 출자해 조성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ADC 전문 개발 기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스위스 아라리스바이오, 국내기업 에임드바이오, 미국 브릭바이오 등 ADC 기업 3곳에 투자했고, 지난해 12월에는 ADC 플랫폼 개발 전문기업 인투셀과 공동연구 개발을 체결했다.

인투셀은 고유 링커(Linker)와 약물(Payload/Toxin/Drug) 기술을 제공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대 5개의 항암 타겟에 대한 ADC 물질을 제조해 특성을 평가하게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동물실험을 포함한 인투셀의 ADC 기술 경쟁력을 검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양사가 개발 옵션 행사 여부와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으며 연구 계약 기간 및 총 계약 규모는 비공개 사항이다.

CDMO 연계, 글로벌 바이오 도약 목표


두 회사의 신약 개발 사업 본격화는 CDMO 사업 등과 연계해 글로벌 바이오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차세대 모달리티인 ADC 신약 등에 진출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이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뛰어넘는 등 바이오시밀러 사업 기반 성과를 다지고 있다. 양사는 이를 바탕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연계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12월 ADC 전용 생산시설 준공을 예정하고 있다. 완공 후 GMP 준비(GMP Ready)에 돌입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ADC CDMO 위탁개발 생산 능력을 갖추는 동시에 지분 투자를 통해 자체 신약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서 회장은 투자 설명회를 통해 셀트리온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시밀러, ADC(항체·약물접합체) 신약과 함께 CDMO 사업을 꼽았다. 연내 100% 자회사로 CDMO 법인을 설립하고, 내부 자금 1조5000억원을 투입해 한국에 20만리터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 시설 착공을 시작으로 2028년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올해 1월에는 중국 우시XDC와 ADC CDMO 계약을 맺기도 했다.

서 회장은 "경쟁사론 스위스 론자 등을 생각한다"며 "폭넓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들보다 좀 더 깊이 있고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사의 신약개발 진출 배경에는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 심화가 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레드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며 낮은 약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올해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하락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했고,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53%로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한 것에 따른 비용 발생 영향으로 분석되지만, 신약개발을 비롯한 신사업을 통한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진단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 공개는 어렵다면서 적응증이나 구체적인 IND 신청 시점 등에 대한 정보는 추후 더 자세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미 공개된 ADC 파이프라인 2종을 제외한 추가 ADC 파이프라인과 다중항체 파이프라인의 경우에도 향후 공개 가능한 시점에 개발 결과를 국제학회 등을 통해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발 단계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우선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으로만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IND 신청 일정이 예정대로 될지는 미정"이라면서 "특정 타겟 등에 대한 구체화도 추후 IND 신청 이후 임상시험 돌입 시점이 돼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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