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최근 유명 배우가 결혼한 관계가 아닌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유명인의 행동과 비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둘러싼 전국적인 논쟁이 촉발됐다.
유명 영화배우 정우성(51) 씨는 지난 24일 소속사를 통해 최근 모델 문가비(35) 씨가 낳은 아들의 친부가 자신임을 밝혔다.
정우성은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문 씨와의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이는 혼외 출산을 금기 하는 보수적인 한국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향한 한국 사회의 태도도 변하고 있다며 정 씨를 옹호하기도 한다.
문 씨는 지난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이 아버지에 관한 언급 없이 그저 출산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임신이었으며,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식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로부터 2일 뒤, 정 씨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측은 “문 씨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아이는 정우성의 친자가 맞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아이의 양육 방식에 대해서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소식은 분노를 일으키며 빠르게 퍼져나갔다. 수많은 관련 기사가 나오고, 온라인에서는 논쟁이 촉발됐으며, 정치인들까지 발언하며 나섰다.
우선 온라인에서는 여러 영화로 경력을 쌓아온 유명 배우인 정 씨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누리꾼들은 정 씨가 반듯하고 매우 정직했던 이미지를 훼손했다면서, 일부는 UN난민기구 친선대사까지 지낸 정 씨가 “자기 친자식은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에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의 최대 종합 뉴스 웹사이트인 ‘네이버 뉴스’에는 “정우성은 모든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착한 척하고 있는데... 아이는 돈만으로 자라지 않는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이를 낳고, 결혼하지 않은 사이라는 게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윤리적인 사람인 척한 것이 문제”라는 댓글을 남겼다.
우파 성향의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보수 성향의 중앙일보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혼외자로 자식을 키우겠다는 정 씨의 결정에 대해 “우리 사회 통념상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한국의 전통과 국민 정서는 (의롭게)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한국 통계청의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혼외 출산을 용인하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7%로, 2012년 이후 15% 가까이 증가했다.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말한 이들 중에는 72% 이상이 60세 이상이었는데, 나이가 더 어린 응답자일수록 그 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결심은 굉장히 실존적인 결정”이라면서 정씨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함께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동거 의무와 부양의무를 지며 부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왠지 숨이 막혀온다”는 소신을 밝혔다.
“평범한 게 나쁠 건 없습니다 … 우리 사회에 평범하고 비슷한 표준이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다 다르죠.”
이 의원은 “그런 '다름'들이 존중되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진보 성향의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전통적 가족관을 여전히 추구하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족 구성 형태와 출산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우성, 문가비씨와 같이 유명 연예인의 비혼 출산 공개가 비혼 출산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악명 높게 높은 압박이 가해지며, 이에 연예인들은 대중으로부터 종종 지나치게 높은 사회적 기준을 요구받고 가혹하게 평가당하곤 한다.
추가 보도: 문준아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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