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수출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수립으로 수년간 어려움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결국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내수 경기를 살려 내는 게 관건이다. 한은이 금리 인하 속도전을 예고한 배경이다.
28일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1.9%로 낮췄고 후년인 2026년 전망은 이보다 낮은 1.8%로 예상했다.
한은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외 기관 예상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성장률을 2.0%로 전망한 바 있다.
1%대 경제성장률을 점친 것은 글로벌 수요 감소로 수출 증가세가 두 달째 꺾였던 2022년 11월 경제전망에서 2023년 성장률을 1.7%로 제시한 이후 처음이다.
내년에 이어 후년까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 이유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할 가능성 때문이다. 민간소비 부진 등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전선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출 둔화 가능성을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맞대응으로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 글로벌 교역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내년 성장률은 1.9%보다 0.2%포인트 낮은 1.7%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게 한은 측 판단이다. 올해 수출 증가율은 기존 6.9%에서 6.3%로, 내년 수출 증가율은 2.9%에서 1.5%로 낮췄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 영향은 내년 하반기부터, 추가적인 보편관세는 2026년에 반영될 것이란 가정 아래 2026년 성장률이 2025년보다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잠재성장률보다 수치가 크게 낮지 않아 저성장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은 2회 연속 인하로 동결을 예상한 시장 분위기와 엇박자를 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원·달러 환율 불안 고조와 가계부채 증가 우려 등보다 경기 진작 효과에 더 기대를 건 결정이다.
내년 이후에도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제전망 발표 전 진행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3명은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아울러 한은은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3%와 1.9%로 각각 0.2%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후년 물가 전망은 1.9%로 제시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우려를 유가 하락과 낮은 수요 압력이 상쇄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박창현 한은 물가통향팀장은 "최근 트럼프 당선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며 "향후 (소비자물가는) 수입물가를 통한 상방 압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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