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하고 추진하면서 재계가 총력 저지에 나섰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 16곳의 사장단이 한국경제인협회와 함께 지난주 공동 성명을 내는가하면 경제 단체들은 세미나를 개최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기업 경쟁력 약화와 법적 분쟁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상속세 완화, 경영권 방어수단 보완, 내부거래 규제 개선 등 지배구조 전반의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밸류업과 지배구조 규제의 최근 논의와 과제’ 세미나를 열고,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우려를 논의했다.
이번 세미나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재계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의 이익 보호’에서 ‘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장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이 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총주주의 이익, 주주의 비례적 이익,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 등의 개념이 모호해, 이사의 구체적인 책임 범위와 행동 지침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법 개정이 불확실성을 높여 경영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유사한 법 개정이 모호성 문제로 보류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특히 단기주주와 장기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확대가 배당과 같은 단기주주의 이익과 신사업 발굴 같은 장기주주의 이익이 충돌할 때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해당 개정안이 외국 투기자본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떠날 수 있는 '해외투기펀드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계의 우려를 대변했다.
한석훈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은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다르지 않다"며, 주주 보호를 위한 이사의 의무를 상법에 명시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오히려 법적 분쟁만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사는 이미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추가 규정은 기업 혼란과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단편적인 규제로 끝나서는 안 되며,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과 상속세 완화 같은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승재 교수는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 연관된 법제를 유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포괄적인 해결책을 촉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연내 상법 개정을 처리한다는 방침으로 다음 달 4일 기업 등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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